환율이 1,280원선의 견고한 울타리에 꽁꽁 묶인 채 강보합세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과의 공조에 약간의 틈이 있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봤으며 수급 상황도 한쪽으로 크게 몰리진 않았다. 좁은 레인지에 고착화된 모습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이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달러/엔 등의 대외변수가 역동성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0.80원 오른 1,280.90원에 마감했다. 개장초 달러/엔의 하락세를 안고 1,270원대의 흐름을 잠시 이었으나 이내 반등한 달러/엔으로 인해 1,280원선에서 붙박이처럼 들러붙었다. 종일 변동폭은 2.70원으로, 전날 1.50원보다는 확대됐으나 여전히 좁은 상태를 견지했다. 엔/원 환율이 1,077원선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의 매수세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으나 적극적으로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아 실제 수요인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외 증시가 HP와 컴팩의 결합으로 인해 크게 튀어오르고 대우차 매각 협상 가닥, 하이닉스 반도체의 시장 원리에 따른 처리 등이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만 했으나 표정을 잃어버린 시장은 반응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 방향없이 방황하는 시장 = 달러/엔과 마찬가지로 달러/원에 대한 방향은 여전히 시계제로인 상태로 제한된 범위내의 등락이 이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당초 딜러들의 달러매도(숏)마인드가 지난주에 이어 강했음에도 숨은 결제수요가 나와 물량을 흡수했다"며 "포지션이 부족한 감이 있으며 분위기는 방향 탐색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경기지연이 기정사실화되고 NAPM지수 등의 발표에도 큰 변동은 어렵고 HP의 컴팩 인수가 뉴욕 증시와 달러 강세를 몰 수도 있으나 급등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수출도 신통찮고 네고물량도 거의 눈에 띠지 않는다"며 "달러/엔이 바닥을 찍은 듯해 119.20엔을 확실히 뚫고 올라서면 위쪽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1,280원을 지지하리란 기대심리와 사자(롱)마인드가 조금씩 강화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달러/엔이 118엔대로 급락하지 않으면 내일은 1,279∼1,284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 변함없는 시장상황 = 환율 변동이 극도로 자제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미국의 NAPM지수 발표와 오는 12일 미일 재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조심스런 행보를 이었다. 달러/엔 환율은 오후 5시 현재 118.91엔을 가리키면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나흘만에 엔화는 약세를 보인 셈. 이날 개장초 118.60엔대까지 내려섰던 달러/엔은 구로다 하루히코 재무성 국제담당 차관의 구두개입을 계기로 상승 반전, 한때 119엔대로 올라서기도 했다. 업체들은 기준 환율(1,280.10원)이상에서 간간히 네고물량을 내면서 개장초 부족해 보이던 시중포지션을 약간 채우기도 했으나 하락세를 이끌기엔 역부족. 오히려 월초임을 감안한 결제수요가 나오면서 아래쪽을 탄탄하게 받쳤다. 역외세력은 움직임이 거의 없이 관망세에 머물렀으며 은행간 거래가 시장을 지배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10원 낮은 1,279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78.50원으로 내려섰으나 결제수요 유입과 달러/엔 반등으로 낙폭을 조금씩 줄였다. 역외선물환(NDF)환율은 미국 노동절을 맞은 뉴욕 외환시장의 휴장으로 거래가 없어 개장가 참고지표로서의 역할을 못했다. 달러/엔의 상승 전환을 계기로 1,280원대로 재진입한 환율은 10시 27분경 1,280.70원까지 오른 뒤 추가 상승은 저지된 채 1,280원선에서 옆걸음만 걸었다. 환율은 1,280.60원에 오전을 마쳤으며 환율 진폭은 불과 2.20원에 불과했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오른 1,280.7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추가 상승을 못하고 오름폭을 낮춘 뒤 흐르다가 달러/엔이 119엔대 등정을 계기로 3시경 1,281원을 고점으로 경신했다. 이후 환율은 한때 내림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달러/엔이 재차 119엔을 넘어서자 4시 10분경 1,281.20원으로 재차 고점을 깼다. 장중 고점은 마감가인 1,281.20원, 저점은 1,278.5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2.70원에 그쳤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25억원의 주식 순매수를, 코스닥시장에서 5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나흘만에 매수 우위로 방향을 튼 셈이나 환율과는 무관한 흐름.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4억4,31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5억7,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4억5,650만달러, 4억4,040만달러가 거래됐다. 5일 기준환율은 1,280.2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