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제기되는 위안(元)화 평가절하 문제. 중국이 아시아 금융위기라는 경제압박 속에서도 위안화를 굳건하게 지킨 배경에는 다이샹룽(戴相龍.57) 인민은행장의 뚝심이 있었다. 그는 '위안화 절하는 안된다'는 주룽지 총리의 지시를 완벽하게 지켜냈다. 장쑤(江蘇)성 출신인 다이 행장은 중앙재정금융대학을 졸업한 후 평생을 금융기관에 몸담아 온 금융통. 주 총리와는 지난 89년 상하이 당서기와 교통은행 상하이 지점장으로 만났다. 그 후 두 사람은 바늘과 실 관계를 유지해 왔다. 다이 행장은 지난 95년 주 총리 후임으로 인민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주 총리 곁에는 다이 행장과 같은 핵심 브레인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이들이 중국 경제를 이끌어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들은 주 총리가 물러난 후에도 상당기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국무원에 포진하고 있는 주룽지 사단과 쑹핑 그룹, 일부 지방 유력 인사들이 차세대 중국 지도층을 구성할 것이라는 얘기다. 국무원(정부)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원자바오(溫家寶.59) 부총리다. 주 총리를 이어 차기 총리로 임명될게 확실시된다. 그의 현 직책은 농업담당 부총리. 그러나 금융 재정 등 경제 전반을 관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부총리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기로 유명하다. 경제계 전문가들은 "주 총리의 정책이 차기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과 해를 바꿔가며 진행된 WTO 가입 협상. 현장 협상전략 수립은 대외경제무역합작부 룽융투(龍永圖.58) 부부장의 몫이었다. 그는 주 총리로부터 협상 전권을 위임받을 정도로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 이밖에 올초 인민은행 부행장에서 증권감독위원회 주석으로 자리를 옮긴 저우샤오촨(周小川), 올초 국가경제무역위원회 주임으로 선임된 리룽룽(李榮融.56) 등도 국무원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지방에는 중앙 진출을 꿈꾸며 정치력을 다지고 있는 숨은 용(龍)들이 더 많다. 중국 개방체제를 선도해온 광둥(廣東)성은 리창춘(李長春.57) 당서기가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 98년 2월 주 총리의 명을 받고 허난(河南)성에서 광둥성으로 평행 이동했다. '세금 상납을 거부하는 등 경제적 분리를 꾀하고 있는 광둥을 평정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광둥성 '경제 토호'들을 다독거리는데 성공, 주 총리의 기대에 부응했다. 리 서기는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광둥지역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광둥을 '세계 공장'으로 키웠다. 또 외국 기업에 대해 홍콩과 중국의 경제적 경계를 풀어 투자를 끌어들였다. 아직 나이가 많지 않은 그는 벌써부터 차기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59)의 뒤를 이을 차차대 지도자 물망에 오르고 있다. 리 서기가 광둥성을 '세계 공장'으로 만들었다면 상하이의 황쥐(黃菊.53) 당서기는 푸둥(浦東)을 가꾼 인물. 그는 지난 91년 당시 중앙 부총리로 자리를 옮긴 주 총리에 이어 시장에 올랐다. 91년은 상하이가 푸둥 개발을 막 시작했던 때. 황 당서기는 95년 당서기로 자리를 옮겨 상하이 개발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황 당서기는 시장 취임 당시 "상하이는 중국과 세계를 잇는 창"이라며 "모든 다국적 기업을 상하이로 끌어들이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 상하이에는 세계 5백대 다국적기업중 절반 이상이 둥지를 틀고 있다. 그는 다음 인사 개편 때 중앙으로 자리를 옮겨 주 총리 대신 상하이방(上海幇)을 관리하게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산둥(山東)성의 우관정(吳官正.63) 당서기는 주 총리의 개혁정책을 가장 완벽하게 이행하고 있기로 유명하다. 그는 부정부패를 끝까지 추적 징벌하는 등 공직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동북 지방에는 보시라이(薄熙來.51) 랴오닝(遼寧)성장이 버티고 있다. 그는 전직이었던 다롄(大連)시장 시절 다롄을 동부지방 최고의 산업 및 관광도시로 육성한 인물이다. 원로 보이보(薄一波)의 아들인 그는 태자당의 힘을 이용, 지방경제 활성화에 뚜렷한 업적을 남기고 있다. 칭하이(靑海)성의 자오러지(趙樂際.43)와 푸젠(福建)성의 시진핑(習近平.47) 성장은 올초 40대의 나이로 성장에 임명됐다. 그들은 아직 뚜렷한 실적은 없지만 향후 중국 경제계에서 주요한 인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과 지방정부에 포진하고 있는 '행정 스타'들이 거함(巨艦) '중국 호(號)'를 세계의 바다로 인도하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