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음반사가 조종하는 로봇같은 가수가 아니라 진정한 뮤지션이 되고 싶었어요"


1990년대초 '너의 마음을 내게 준다면' '너를 잊을 수 없어' 등을 히트시켰던 가수 최연제(29)가 4년반만에 새 앨범 「마인드 컨트롤」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 97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시애틀에 있는 코니쉬 예술대에서 클래식과 현대음악 작곡을 공부했던 그녀는 지난 5월 학교를 졸업하고 최근 귀국했다.


통산 4집앨범인 「마인드 컨트롤」은 4년여 유학생활의 결실인 셈이다.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공부하는 동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대중음악이 너무듣기 싫었던 때가 있었어요. 대중음악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도 가져 봤지만 시간이지나면서 대중음악이야말로 삶에 가장 가까운 매력있는 음악장르라는 것을 깨달았죠.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대중음악을 좀더 깊게 이해하게 됐고 이전보다 더욱 좋아하게됐어요"


새 앨범은 그녀가 96년 미국에서 설립한 인디레이블 신토닉(Syntonic)을 통해 발매됐다.


대중적 인기를 누리던 가수가 인디레이블의 설립자이자 대중성에서 벗어난 실험음악 작곡가로 변신해 간 그녀의 이력은 남다른 데가 있다.


중견 탤런트 선우용녀의 딸인 그녀는 미국에서 중.고교를 마친 뒤 지난 91년 귀국해 '기억속에 지워진 너' '소중한 기억' 등이 실린 데뷔앨범을 발표했다.


175㎝의늘씬한 몸매에 미모를 갖춘 그녀는 가수데뷔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년여동안 패션모델과 CF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동료들에게 1-2집 앨범을 보여 줄 수가 없었어요. 상업 시스템에 따라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만들었던 앨범이어서 음악적으로 내세울게 없었으니까요"


거대 음반사의 소속가수로서 원하는 음악을 하지 못하고 음악에서 오히려 소외된 자신을 발견했던 그녀는 3집 앨범 「Pure & Simple Heart」를 자신의 힘으로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 앨범은 전곡을 작사.작곡했으며 자신이 설립한 인디레이블신토닉에서 제작한 첫 앨범이기도 했다.


이어 미국 힙합 작곡자 디제이 퍼니쉬 등과 실험음반 「Ⅱ Defiants」를 제작하는 등 상업적 주류에서 동떨어진 길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국악가수 조주선의 앨범「가베」를 프로듀싱했고, 미국에서 활동중인 인디밴드 37팀의 최신곡 100곡을 수록한 MP3 앨범 「아르케(Arche) 100」을 국내에서 발매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갱스터랩을 듣고 자란 힙합세대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유학기간에 크로스오버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어쿠스틱, 힙합, 테크노 등을 혼합한 실험음악을 마음껏 만들면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과 함께 활동했던 이 시절이 가장즐거웠다"고 말했다.


"실험음악을 시도하면서 음악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로부터는 진정한 음악이 무엇이고 음악인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배웠죠. 그러다보니 데뷔시절에 멋모르고 가수로 나섰던 것이 낯뜨겁고 죄책감마저 들더군요"


새 앨범은 국내 작곡가들에게 받은 대중적인 음악과 그녀가 만든 실험적인 영어곡을 절반 정도씩 섞었다.


국내 팬들이 실험음악에서 받을 괴리감과 생경함을 줄이기 위해 음악적 타협을 한 셈이다.


애절한 발라드곡 '항상'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웠으며 영어곡 'Fly' 'Crave' 'Destiny' 등 15곡이 이번 앨범에 실렸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지대 '죽음의 계곡'에서 촬영한 새 앨범의 뮤직비디오는 「형사 코잭」으로 유명한 배우 텔리 샤발라스의 아들 닉 샤발라스 감독이 연출했다.


상업적 시스템을 거부하고 색깔있는 인디 뮤지션으로 돌아온 최연제의 음악적행보가 국내 팬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