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가 일본 금리보다 높다"는 오랜 "상식"이 깨졌다. 사실상 제로(0)를 유지해왔던 일본의 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금리를 따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미국 금리가 1.99%포인트 높았던 양국간의 실질금리차가 최근에는 마이너스 0.21% 포인트로 오히려 일본금리가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90년대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미·일 금리 왜 역전됐나=올들어 미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여섯차례에 걸쳐 내렸고 일본은 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명목금리만 본다면 미국의 금리(3개월 재정증권)는 1년 전 6.49%에서 최근 3.51%로 크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경우 3개월짜리 은행간 금리는 0.1%에서 0.02%로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덜 떨어졌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마이너스 0.7%에서 올 7월에는 마이너스 0.5%로 '부(負)의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7%에서 3.2%로 하락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금리는 현재 미국이 0.31%,일본은 0.52%로 일본이 오히려 0.21%포인트 높다. 유로랜드의 실질금리는 1.43%로 선진국 중에서는 제일 높은 수준이다. ◇앞으로의 전망은=결론부터 말한다면 최근과 같은 미·일간 실질금리 역전현상은 당분간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주 베이지북에 나타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시각을 감안할 때 오는 21일 열릴 FRB 회의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추가 인하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또 일본은 장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정부 차원의 인플레 유발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물가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거 FRB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금리를 내린 적이 없다. 따라서 21일 FRB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경우 그동안의 금리인하 국면이 종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현재 FRB의 의지를 고려하면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10월 회의에서 또다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론적으로 돈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흘러간다. 따라서 금리가 높은 나라의 통화 가치가 낮은 나라보다 강세를 나타내게 된다. 최근 엔·달러 환율이 1백21엔대로 하락(엔화 강세)하고 달러·유로 환율이 0.89달러대로 상승(유로화 강세)하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는 현상이다. 문제는 '미·일간의 실질금리 역전현상과 달러화 약세 국면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여러가지 시각이 제시되고 있으나 미국 경기가 얼마나 빨리 회복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으로 대부분 국제금융기관들은 보고 있다. 최근처럼 갈수록 미국 경기의 회복 시점이 되밀리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1995년 4월 선진국들이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해 협력한 '역플라자 합의(anti-plaza agreement)' 이후 지속돼 왔던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과 달러화 강세라는 국제금융시장의 큰 흐름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