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아트그룹의 지안니 아그넬리 명예회장은 이탈리아주식회사의 리더로서 믿기 어려운 업적을 일궈냈다. 농업-에너지 대기업인 몬테디슨을 매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몬테디슨 매입으로 피아트그룹은 서비스산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직 한가지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연간 5백억달러인 피아트그룹 매출중 44%를 차지하는 피아트자동차를 확실한 순익상태로 돌려놓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위해 중형 신차 '스틸로'를 오는 10월 출시할 계획이다. 스틸로는 피아트자동차가 유럽시장에서 폴크스바겐 포드 르노 등 경쟁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야심적으로 내놓는 승용차다. 스틸로의 성공 여부는 피아트자동차의 운명을 가르게 될 것이다. 또 피아트그룹전체의 전략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지난해 미국 GM은 피아트자동차의 지분 20%를 사들였다. 아그넬리 회장은 피아트자동차의 나머지 지분도 오는 2004년과 2009년사이에 팔수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있다. 스틸로가 히트하면 그는 세계 6위 자동차업체인 피아트자동차를 GM에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만일 팔 경우 더 높은 값을 받아낼수 있다. 아그넬리 회장은 90년대 말부터 피아트자동차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순익은 3천9백만달러로 아주 미미했다.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순익이 올해 1억5천1백만달러로 늘어나고 내년에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스틸로의 성공가능성을 높게 본다. 독일고급차 스타일의 인테리어, 8개의 에어백, 키가 필요없는 시동장치, 전자안전시스템 등 스틸로의 각종 옵션은 유럽시장에서 최상위급이다. 아그넬리 회장의 지휘하에 피아트자동차는 그동안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돼온 취약한 해외영업망을 강화하고 있다. 피아트와 알파로메오 랜시아브랜드에 강력한 브랜드매니저를 임명하고 허약한 배급망에 대한 전면 개혁에 착수했다. 또 글로벌시장에서 피아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GM과의 업무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GM과 부품을 공동구매하고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공동개발을 통해 올해에만 1억7천4백만달러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GM과 피아트는 공동구매및 개발을 통해 2006년에는 경비를 20억달러 줄일 계획이다. 아그넬리 회장의 피아트재건 계획에는 난관도 적지 않다. 피아트자동차는 이탈리아에서는 국내시장 보호정책으로 30%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해외시장에서는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80년대 중반 14.6%이던 유럽시장 점유율이 작년 말에는 10.9%로 낮아졌다. 해외에서 피아트 브랜드 이미지는 약하다. 독일에서는 피아트자동차가 값싸고 결함투성이 자동차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해외의 이같은 부정적인 시각을 바꾸는 것이 급선무다. [ 정리=국제부 in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