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95억원,순익 8천6백만원' 적자에서 첫 흑자로 전환된 지난 97년 청주의료원의 경영 성적표다. 지난 83년 도립의료원에서 지방공사 청주의료원으로 전환된 뒤 해마다 10억∼15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폐원 직전까지 갔던 청주의료원은 97년 첫 흑자를 낸 뒤 4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1백40억원에 순익 2억6천9백만원을 기록했다. 청주의료원이 이처럼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충북도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경영혁신 노력 덕분이었다. 청주의료원은 지난 87년 지방공기업 중 최초로 노조를 설립하고 당시 경영난 속에서도 매년 10% 이상의 임금인상 등 무리한 요구로 경영난을 부채질했다. 직원들은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빼돌리고 약품을 공정가보다 비싸게 구입한 뒤 리베이트를 받는 등 부도덕한 행위를 일삼았다. 결국 경영난은 갈수록 심해졌으며 도의회는 청주의료원을 폐원키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도의 입장은 달랐다.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행정 차원에서 청주의료원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도는 97년 1월 경영혁신팀을 청주의료원에 파견하고 구조조정작업에 착수했다. 경영혁신팀은 인력감축과 제도개편 등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다. 노사화합을 유도하며 81명의 직원을 자진 퇴사시켰다. 30년 근속시 종전 74개월분이었던 퇴직금 지급률도 40개월분(전국 지방공사 평균 52.5개월분)으로 대폭 낮췄다. 이같은 개혁바람은 97년 10월 5대 조의현(64) 원장이 취임하면서 강력한 '약효'를 발휘했다. 개인병원을 운영해온 조 원장의 경영수완은 남달랐다. 우선 직원들의 의식개혁을 위한 교육을 강화했다. 직원들의 생각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환자와 환자가족들을 위한 서비스도 달라졌다. 또 입찰방법을 개선해 비용을 줄여 나갔다. 약품 입찰시 일괄구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품목별 경쟁방식을 도입해 비용을 25∼30% 절감했다. 구내매점과 장례식장을 직영으로 전환했다. 괴산 분원은 폐쇄했다. 새로운 병원 운영시스템도 앞장서 도입했다. 지난 99년 4월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비용을 내고 고가장비와 인력을 활용하도록 하는 '개방병원'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해 입원환자 7백36명을 포함,3천명 이상이 개방병원을 이용해 3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60%에 불과했던 병상 가동률도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개방병원은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주요 정책과제로 선정돼 전국 30개 병원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청주=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