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오는 30일부터 내달 4일까지 청와대를 떠나 지방에 머물면서 여름휴가를 보낼 예정이어서 휴가중 국정운영 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김 대통령은 독서와 과수손질을 하고 산책과 사색을 하면서 휴식을 취할 것"이라면서 "그동안 이희호(李姬鎬) 여사와 대화를 할 시간이 없었는데 충분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휴가중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매킨지사가 매일경제신문사와 공동으로 집필한 '비전 2010 한국경제'를 비롯, 독일의 사회학자 베른하르트 폰 무티우스가 쓴 '미래와의 대화', 허세욱씨가 쓴 '배는 그만두고 뗏목을 타자',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의 에세이집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등 4권의 책을 읽을 예정이다. 김 대통령은 그동안 바쁜 국정운영으로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으며 이번 휴가기간에 독서와 산책, 과수 돌보기 등으로 소일하며 재충천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를 맞아 4대 개혁의 지속적인 추진, 남북관계 개선, 국가경쟁력 확보, 교육여건 개선, 부패방지 대책 등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김 대통령은 휴가중이지만 국정구상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김 대통령의 휴가중 화두는 집중과 선택"이라면서 "김 대통령은 우선적으로 선택할 (국정운영) 분야와 집중할 분야를 심사숙고하면서 이들 과제가 제대로 운영되고 실천될 수 있는 구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통령은 4대개혁의 지속적인 추진을 비롯, 최근 발표한 중산층 및 서민생활안정대책과 교육여건 개선책의 차질없는 실천,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깨끗한 사회실현방안 등 주요 국정분야들을 꼼꼼히 점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를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변인은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여건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최대의 과제"라면서 "김 대통령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깨끗한 사회 건설,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의 접목, 노동의 질 향상, 민주주의 정착과 관련한 건전하고 생산적인 토론문화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대통령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문제, 국정쇄신 방안, 대야관계 등에 대해서도 생각을 가다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김 대통령의 휴가구상은 8.15 경축사를 통해 구체화되고 향후 국정운영의 축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김 대통령이 이번 휴가구상을 통해 당정개편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김 대통령은 국정쇄신은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하는데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구체적인 인적쇄신 방안은 나오지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국정쇄신은 개혁과 같은 말"이라면서 "개혁작업에 부족한 사람이 있다면 몰라도 다들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해 이번 김 대통령의 휴가구상에는 인적쇄신 부분이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