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계열의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측이 편집한 역사교과서의 학교 현장침투가 점점 우려에서 현실로 바뀌고 있다. 도치기현 시모쓰가(下者賀) 교과서 채택지구의 교과서채택 심의회가 12일 `새교과서...모임'측 교과서를 내년 4월부터 관내 중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우익교과서측이 노려온 제도권 교육현장의 교두보 확보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시모쓰가 지구의 교과서 선정결과는 사립 중학교가 아닌 공립중학교에서 처음으로 이뤄졌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일본에서는 그간 기후(岐阜)현과 미에(三重)현 등의 일부 사립중학교가 학교장의 결정에 의해 우익교과서를 채택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일종의 `현상'으로 치부돼 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교육위원회를 통해 교과서 채택을 광역 지구별로 결정짓는 공립중학교의 경우에는 특정 교과서가 결정되면 관내 공립중학교가 예외없이 해당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의무화돼 있어 그 파급력이 사립중학교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번 시모쓰가 관내의 30개 중학교가 역사왜곡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새 교과서...모임'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에 놓인 것도 이런 제도 때문이다. `새 교과서...모임'측은 이런 교과서 채택절차를 염두에 두고 현장교사의 목소리를 배제하기 위한 집요한 청원작업을 벌여왔고, 이제 서서히 자신들의 로비에 따른 과실을 딸 채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현장 교사들이 교과서 전시회를 본 뒤 1-2개의 교과서를 교육위원회에 건의해 왔지만, 올해 들어서는 그같은 `거추장스런' 절차를 생략하는 곳이 늘어났다는 보도가 계속 이어져왔다. 물론 일본내에서 우익교과서의 불채택 운동도 만만치 않다. 시민단체인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 21'에 따르면 이미 도쿠시마(德島)현, 고베(神戶)시, 사가(佐賀)현 등지에서는 우익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도쿄 23개구중 하나인 스기나미구에서는 학부형들을 중심으로 우익교과서 불채택운동이 거세게 불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도치기현 공립중학교에서 우익교과서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는 아직까지 교과서 선정작업을 진행중인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있다. 집권 자민당이 선거때마다 `보수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는 도치기현의 이번 결정은 보수의 발톱을 숨기고 있던 다른 지역에 우익교과서 쪽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