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환율이 1백엔당 1천30원선까지 떨어졌다. 원화는 강세, 엔화는 약세로 흐른 탓이다. 이대로 가다간 IMF 사태 이후 지속돼온 원화와 엔화의 소위 "10 대(對) 1" 균형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양국 환율의 질서정연한(orderly) 움직임이 무너진 것은 양국간 경제 펀더멘털이나 주변여건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달러공급이 넘쳐나는 한국(원화)과 장기불황이 걱정되는 일본(엔화)이 처한 현실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원.엔환율의 균형점이 무너질 경우 적지 않은 금융및 실물경제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넘치는 달러화가 증시활황→부동산 가격 상승→경기회복의 선순환을 보일 수도 있지만 엔 동조가 무너질 경우 수출경쟁력이 급속하게 훼손되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보약도 되고 독약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앞으로 2∼3개월이 고비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 고개 숙인 '엔' =엔화는 지난 5월말 1백19엔대로 안정세를 보이다 6일엔 1백26엔까지 되올랐다. '엔저(低)' 몸살이다.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가 고조되고 일본의 금융완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환율오름폭이 커졌다. 반면 원화는 달러당 1천3백원선 이하에서 꿋꿋이 버티고 있다. 달러에 대해 엔화가 약세이고 원화는 강세를 유지하면서 원.엔환율의 균형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5월까지 '1엔당 10.7∼10.8원'을 맴돌던 원.엔 환율은 지난달 '1엔당 10.4원'으로 떨어졌고 이달엔 10.3원까지 하락했다. 1개월여 만에 엔화에 대해 4.6% 가량 절상된 것. ◇ 원화강세 배경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엔화가 1% 오를때 원화는 0.89%나 덩달아 올랐다. 그러나 5월엔 0.46%, 6월엔 0.32%만 각각 따라갔다. 동조 현상이 급속히 무너졌다. 한은은 기조적인 흐름이 바뀐게 분명해졌다고 분석했다. 하반기엔 기업들의 외자유치로 적게는 40억달러(확정분)에서 많게는 80억달러(계획분 포함)가 유입될 전망이다. 매달 10억달러 안팎의 경상수지 흑자(한은 59억달러 전망)까지 합치면 하반기에만 줄잡아 1백억달러 이상의 원화 강세요인이 대기해 있는 셈이다. ◇ 선순환 이룰까 =물가안정과 증시활황이 가능하다. 달러유입은 그만큼 통화량 공급효과가 있어 엇그제(5일)의 콜금리 인하와 맞물릴 경우 하반기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넘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은행 예금동향에 따라 시중부동자금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대거 몰려들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기는 3.4분기중으로 예상한다. 거품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경기회복을 앞당기는데는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 위험요소 =원.엔 비율이 10대 1 밑으로 갈 경우엔 수출전선이 큰 타격을 입는다. 수출이 넉달째 감소하고 주력품목에서 일본과 경합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원화 강세를 마냥 즐길 수는 없다. 반도체 철강 조선 자동차 등은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업들은 수출채산성 유지를 위한 적정환율을 1천3백원 내외로 보지만 원.엔 환율로 따지면 10.7대 1은 돼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는 경계의 대상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