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동안 닷컴의 황금시대가 다시 온 것 같았다. 지난 6월19일 도쿄시내 오쿠라호텔 연회장, 1천명의 기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이 발 디딜틈도 없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천장에 높이 매달려 있는 스피커에선 경쾌한 록음악이 울려 퍼졌다. 커다란 스크린에는 영화 혹성탈출의 장면들이 수를 놓고 있었다. 이때 분홍색 셔츠와 흰 바지차림의 손 마사요시(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무대 뒤에서 등장,야심찬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광대역 통신서비스사업을 개시, 일본 PC 사용자들에게 고속 화상과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는 사업구상이었다. 이날 사업계획발표회에서 빠진 것은 단 하나,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었다. 참석자들은 손 사장의 사업구상에 대해 쥐죽은 듯한 침묵으로 답했다. 99년2월 이후 소프트뱅크 주가는 93%나 빠진 주당 33달러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세계통신산업이 죽을 쑤고 있는 이때 광대역사업에 뛰어들겠다니. 지금 일본의 기존 광대역통신업체들은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더구나 손 사장은 일본전화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NTT와 맞서야 한다. "사람들은 나를 미친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소프트뱅크가 파산하고 말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손 사장은 말했다. "그러나 나는 내 방식으로 세상을 본다" 정말이지 과감한 사업이다. 그는 음성과 화상및 데이터를 구리전선을 통해 전송하는 ADSL 기술에 8억달러를 쏟아 부을 작정이다. 그는 자신이 개발할 ADSL 기술은 기존 경쟁사들의 기술보다 전송속도가 5배나 빠르다고 주장한다. 내년에 3백만명의 회원을 확보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사업은 문제투성이다. 우선 일본에는 현재 광대역서비스라인이 17만5천개에 불과하다. 올 연말에도 겨우 40만개에 그칠 전망이다. 따라서 만일 연내에 손 사장이 1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다 해도 그들 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ADSL 시장의 절반을 갖고 있는 NTT의 통신전환국을 리스해야 한다. 그가 이런 것들을 모두 다 한다해도 1억1천8백만달러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JP모건스탠리증권의 애널리스트 마나베 노리코는 지적한다. 이 사업을 위해 그는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도움을 받았다. 야후재팬은 마케팅과 판매 요금청구부문을 담당하고 아시아글로벌크로싱은 고속 국제광통신망을 담당하게 된다. 손 사장은 6월20일 ADSL 공급업체인 TMCC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설비사업을 맡는다. 이 사업은 일단 고객들로부터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15만명이 야후재팬 사이트를 통해 가입을 신청했다. 손 사장은 사업성공을 위해서는 NTT와 손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NTT는 회선임대에 미온적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손 사장의 이 사업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 정리=국제부 in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