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Week 본사 독점전재 ] 몇년전 연구원으로 있다가 퇴직한 리 헤우아(68)씨는 상하이의 증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일 매일 주가움직임을 보노라면 너무 신이 난다. 그도 그럴것이 그의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올들어서만 1백%를 넘었기 때문이다. 하이퉁증권사에 상주하는 20여 그룹의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리는 '프로'로 통한다. 그는 1998년이후 중국 B주식에서 약 10만달러의 투자수익을 올렸다. 사실 야간학교 선생, 해고된 공장노동자, 퇴직한 엔지니어 등 증권사에 상주하는 모든 투자자들은 매우 풍족함을 느껴 왔다. 대부분 정부 소유의 회사들로 구성된 중국증시의 B주식들이 올들어 큰폭으로 상승한 덕분이다. 상하이증시의 B주식은 올들어 지난 6일까지 무려 1백57%나 올랐다. 선전증시 B주식 상승률은 1백86%로 상하이보다 더 높다. 중국 증권당국은 지난 1일 내국인들에 대한 B주식 투자를 전면허용했다. 중국증시는 위안화로 거래되는 내국인 전용 A주식과 달러로 거래되는 외국인 전용 B주식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B주식에 대한 내국인 투자제한이 완전히 없어졌다. 중국증시에서 B주식은 지난 1992년에 도입됐다. 취지는 외국인들의 중국 회사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B주식은 이렇다할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난 2월 19일. 중국 증권당국은 해외친지로부터의 송금이나 이자 등으로 모두 8백억달러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내국인에 대한 B주식 투자를 허용했다. 중국에는 또 H주식이란게 있다. 소위 '레드칩'(red chip)이라고 불리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 주식을 말한다. 올들어 H주식도 홍콩 항셍지수에 비해 상승률이 월등히 높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버블론'까지 불거져 나올 정도다. B주식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올들어 급등세를 보인 것은 물론 내국인 투자를 자유화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내국인 자금이 물밀듯 몰려들면서 지난 2월19일 37억달러였던 상하이 B주식의 시가총액은 6월5일 1백1억달러로 급증했다. 당초 내국인에 대한 투자 전면허용으로 B주식의 매입열기는 한층 뜨거워 질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상하이증시의 B주식은 기대와는 달리 지난 1∼5일 사이에 8% 하락했다. 중국증시에서 B주식의 버블이 붕괴하려는 것일까. 홍콩 모건스탠리의 중국증시 전략가 헨리 호는 "모든 것이 붕괴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국정부가 그것(B주식 급락)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B주식이 '수직낙하' 한다면 정부 개입도 소용 없을 것이다. 현재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B주식을 사야할 이유가 별로 없다. 사실 베이징 당국은 B주식투자붐을 조장해 달러를 중국경제에 끌어들였다. 중국의 한 은행가는 "B주식의 폭등은 말도 안된다"며 "나는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최대 문제는 B주식의 주가급등과 기업펀더멘털 사이에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주가가 급등한 기업중에는 이익을 전혀 못내는 기업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상하이 오토메이션 인스트루먼트는 2년간 순익을 내지 못해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으나 지난 2월19일이후 주가가 2백% 가까이 상승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B주식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너무 높다고 분석한다. 2000년 수익기준으로 상하이증시 B주식의 PER는 87배에 달한다. 선전 B주식의 평균 PER는 41배 정도다. PER는 상장기업의 현재 주가가 기업의 실제가치보다 몇배나 높게 형성돼 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다. PER가 40배라 함은 현주가가 기업의 수익가치보다 40배 높게 형성돼 있다는 뜻으로 '경기'(주식투자 수익률 게임)가 점차 위험스러워진다는 의미다. 현재 중국에서 B주식 거래는 내부자거래, 작전세력의 발호 등으로 '카지노 자본주의'의 전시장같은 모습이다. 증권감독위원회가 증시개선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실 증권감독 당국은 B주식 거래의 투명성 강화보다 증시부양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거품이 붕괴됐을때의 고통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개인투자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리와 그의 동료들은 "우리가 지금 도박을 하고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들은 "증시에서 많은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해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원히 강세를 이어갈 것같던 B주식이 최근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내국인 투자가 개방됐지만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업펀더멘털의 개선없이 랠리를 보여온 B주식의 거품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