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1년에 얼마를 벌면 소득 랭킹이 상위 1%안에 들어갈까. 가난한 미국인들의 소득은 어느 정도일까.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신경제'가 이들의 격차를 더 벌려놓았을 것이라는 '가설'은 과연 맞을까. 최근 미의회 예산담당국에서 발표한 통계는 이런 의문을 잘 풀어준다. 통계는 1997년 기준이지만 현재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순서대로 답하면 상위 1%안의 세전소득은 평균 1백만2천달러. 세금까지 포함해 1년에 약 13억원은 벌어야 소득랭킹 '1%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셈이다. 상위 20% 가구의 세전소득은 평균 16만7천5백달러(약 2억2천만원)수준. 반면 빈곤층으로 여겨지는 하위 20%의 가구가 1년에 벌어들이는 돈은 평균 1만1천4백달러(약 1천5백만원)에 불과하다.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신경제'란 단어가 도입되기 전인 79년과 비교했을때 상위 1%의 소득은 18년간 무려 1백42% 늘어났다. 인플레이션율을 조정한 수치다. 상위 20%도 소득이 52.9% 증가했다. 그러나 하위 20%는 소득이 오히려 3.4% 줄어들었다. 상대적인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은 물론 절대적인 소득금액도 감소했다. 진보적인 학자들은 "빈부격차가 건국이래 최악의 상황"이라며 "앞으로 중요한 정치이슈로 부각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지난 20년간 미국 가구의 80%가 소득이 올라갔다는게 중요하다"며 "소득분배보다 생활수준향상에 통계분석의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에선 이같은 빈부격차 확대가 학자들의 연구대상일 뿐이지 언론에 요란하게 보도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는 탓이다. 상위 1% 가구가 내는 소득세는 미국정부가 거둬들이는 전체 소득세의 32.9%에 달한다. 상위 20%가 내는 세금도 전체 소득세의 64.7%다. 반면 하위 20%가 내는 세금은 전체 세금의 1%에 불과하다. 빈부격차가 점점 확대되는 우리도 과연 어디서 해결점을 찾아야 할지를 보여주는 한 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