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휴가가 인터넷 법정에 올랐다.

서울여성노조가 운영하는 "여성노동 가상법정"(www.womencourt.or.kr)제9호 법정에는 생리휴가를 없애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을 성토하는 배심원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피고는 생리휴가를 못쓰게 하는 회사와 출산휴가를 늘리는 대신 생리휴가를 없애자고 최근 제안한 한국경영자총협회. 생리휴가를 둘러싼 사이버 법정 분쟁은 지난달 대기업 계약직 여성노동자가 "한 달에 한번씩 쉬는 생리휴가를 내려고 결제를 받을 때마다 힘들었고 눈치를 보았다"고 고발장을 내면서 시작됐다.

"생리대는 못줄망정"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진 이 고발장은 법적으로 정해진 생리휴가를 쓰면서도 모욕을 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여직원이 생리휴가를 쓴다고 임원에게 망신당한 사례까지 소개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입사한지 얼마 안되는 여직원에게 회사 임원이 실실 웃으면서 "꼬맹이도 생리하냐"며 놀려댔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알 수 있도록 "누구누구는 무슨 휴가를 쓴다"고 큰소리로 말해보라고 시키기까지 했다는 것. 가상법정 배심원들의 토론은 한창 진행중이다.

조만간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지만 토론에 참여한 배심원들의 의견은 유죄로 모아지고 있다.

배심원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들에는 주로 현재 직장 근로환경에서는 생리휴가를 쓰기가 무척이나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생리휴가를 요구했다가 왕따가 된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생리휴가 뿐아니라 특히 여성에게 열악하기 그지없는 근로환경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생리휴가를 내면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받거나 신체적 핸디캡이 있으면 그에 맞는 일을 찾으라는 남성중심 사회의 왜곡된 단면들을 들춰냈다.

이에대해 기업들은 유급생리휴가는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제도라는 점을 들어 폐지를 요구한다.

노동계에선 "여성근로자 대부분이 고용임금 등에서 차별을 받는 상황에서 신체 특성을 무시하고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노동법 개정 연대회의도 최근 성명을 내고 여성노동자에게 주어진 생리휴가를 임신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출산휴가와 맞바꿀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어 어떻게 결론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ked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