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6일 오후 4시 서울 센트럴시티 밀레니엄 홀에 북측 방문단이 입장하자 50여년의 세월을 건너 뛴 감동의 드라마가 또 다시 연출됐다.

북한에서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은 정두명(67)씨는 미국 LA에 거주하다 전날 밤 귀국한 동생 숙희(64)씨를 부둥켜 안고 회한의 눈물을 쏟아냈다.

우황청심환을 복용하고 나온 모친 김인순(89)씨는 눈앞에 나타난 장남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얼굴이 많이 변했어"라며 겨우 말을 건넸다.

피바다 가극단장인 김수조(70)씨는 조카 복겸(53)씨와 정숙(52)씨를 알싸안은 뒤 조카에게 줄려고 석달전부터 키웠다며 김정일화 화분 3개를 꺼내 보였다.

수조씨는 공화국 훈장을 받아 잘 살고있다고 자랑한후 복겸씨의 아버지 수희(99년 작고)씨가 북에서 받은 명예칭호증서 등을 전했다.

북측 방문단 가운데 최고령자인 임문빈(86)씨의 아내 남상숙(81)씨는 ''마누라도 못알아보냐''며 안타까워했다.

네살배기와 갓 백일을 넘긴 두 딸을 남겨둔채 전쟁중 사라졌던 문빈씨는 "애비 노릇도 제대로 못한 나를 용서해 달라"며 두 딸을 위로했다.

북측의 최경석(66)씨는 휠체어에 앉은 어머니 모기술(84)씨를 끌어안고 사향가라는 노래를 불렀고 다른 가족들도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췄다.

최씨는 "오마니 기쁘죠.염려 마시라우.통일되면 모시고 살갔시오"라고 말했다.

북측 상봉단의 일원으로 온 김두식(71)씨는 남측 상봉가족중 최고령자인 모친 허계(92)씨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허계씨는 "네 아내 사진은 어디갔니"라며 북쪽 며느리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북에서 온 김인홍(72)씨가 상봉장에 들어서자 동생 인목(66)씨와 인한(64)씨는 "형님"하며 달려가 끌어안았다.

인목씨가 부모님 기일을 적은 종이와 생전의 사진을 꺼내 보여주자 인홍씨는 사진을 만지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서울=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