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할 일을 제대로 하는 협회가 될 겁니다"

김수중 기아자동차 사장을 신임 회장으로 받아들인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활기를 되찾았다.

김 신임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협회의 기능을 활성화해 위상을 높이겠다"는 뜻을 밝혀 앞으로는 가슴을 펴고 살 수 있게 됐다는 기대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자동차협회는 그동안 ''폐지론''까지 거론될 만큼 회원사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아 왔다.

무엇보다 자동차업계는 물론 국가경제 전체의 최대 현안인 대우자동차 처리문제에 대해 협회는 일언반구 언급없이 입을 막고 지내 "도대체 협회가 무엇하는 곳이냐"는 원성을 들어야 했다.

협회가 이처럼 유명무실한 조직이 돼버린 이유는 대우차 회장들의 잇따른 ''유고'' 때문이다.

임기가 2년인 협회 회장은 현대 대우 기아 등 3사가 순번제로 맡고 있다.

문제는 1998년부터 회장사가 된 대우가 부실경영으로 코너에 몰리면서 불거졌다.

대우측에서 남은 임기를 반납하지 않고 자신들이 채우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회는 더욱 난감해졌다.

회장사인 대우차의 처리문제에 대해 정책 건의는커녕 입을 다물고 지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됐다.

협회 내부적으로도 "도산위기에 몰려 해외매각이 추진되는 회사가 어떻게 한국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협회를 이끌 수 있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물밑 소리였을 뿐 대우측 임기가 끝나기만을 고대해 왔다.

김 신임 회장은 이같은 협회의 처신에 대해 "지난 4년간 국내 자동차산업이 시련을 겪는 동안 협회는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고 나무랐다.

그는 또 협회의 최대사업인 서울모터쇼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수입자동차협회쪽에도 한마디 했다.

수입차협회가 공동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하고 있는데 대해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런 일은 없다"며 "수입차협회가 협찬하는 방식으로 독자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신임회장의 ''협회 제자리찾기''가 무척 기대되는 대목이다.

문희수 산업부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