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8년동안의 영욕을 뒤로 하고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1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7분간의 대국민 TV연설로 국민들에게 고별인사를 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고별연설에서 "처음 백악관에 들어왔을 때보다 더 많은 희망과 이상을 품고 떠난다"며 2기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할수 있게 해준 국민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미래에 대한 도전을 건강하게 맞을 수 있는 시점에서 새 대통령에게 통치권을 넘겨줄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20일 낮 12시(한국시간 21일 오전 2시) 통치권을 조지 W 부시 차기대통령에게 공식 인계하는 그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아이디어와 정책이 넘쳐나고 더 작고 더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데 혼신을 기울여 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은 국민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언제나 미래지향적인 일에 힘을 쏟아 왔다고 자평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고별연설의 상당부분을 자신의 치적에 할애했다.

그는 1930년 이래 가장 낮은 실업률과 유례없는 장기호황, 생활수준 향상 등의 업적을 이뤘다고 말했다.

차기행정부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부채경감을 계속 추진함으로써 그동안 이뤄온 실적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 1조6천억달러 규모의 감세안을 추진하고 있는 부시의 경제정책을 꼬집었다.

그는 "미국의 안보와 번영은 우리들에게 전 세계를 이끌어 나가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미국은 "세계의 지도국"으로서 각 지역의 평화유지 임무를 계속해야 하며 특히 발칸반도 등 분쟁지역에서 발을 빼라는 공화당 일부의 주장을 무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8년간의 재임기간중 그를 괴롭힌 수차례의 섹스스캔들과 의회의 탄핵논란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전날 실시한 공동여론조사에서 미국인중 65%가 클린턴이 재임기간동안 업무를 잘 수행했다고 대답했다.

이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64%)를 앞서는 것으로 클린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대통령중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됐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