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메이저 알코아사의 회장이었던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 지명자가 ''강한 달러를 지지한다''고 밝힌 대목은 적지 않은 관심거리다.

작년에만도 4천억달러를 넘어섰던 무역적자를 생각한다면 다소는 외외라고 하겠다.

그러나 성급한 달러 약세가 때이른 인플레를 촉발시킬 가능성도 적지 않고 부진한 뉴욕증시가 더욱 침체될 우려 역시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질 수도 있겠다.

달러 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도 없지 않고 오닐로서는 일종의 현상유지를 택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어떻든 달러가치 향방은 우리의 특별한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클린턴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던 강한 달러 정책이 세계 자본시장의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데다 궁극적으로는 동아시아 경제위기에까지 상당한 원인(遠因)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또 달러의 동향에 따라 엔화가치가 급변하게 되고 이는 우리 수출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오닐 지명자의 발언으로 엔화 환율이 달러당 1백20엔까지 치솟았고 원화 가치도 덩달아 약세를 보이는 등 혼란이 없지 않았다.

하야미 마사루 일본은행 총재가 부랴부랴 경고 발언을 내놓으면서 엔화는 일단 종전 상태로 복귀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다.

그만큼 부시 행정부의 달러 정책에 세계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오닐 지명자가 클린턴 행정부 정도로까지 강한 달러를 밀고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달러 약세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달러화 동향이 우리경제에 일방적으로 이롭거나 불리하지는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달러 움직임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세우고 미리부터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어느 방향이건 긍정적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