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17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밝힌 한반도 정책은 한마디로 북한에 대한 "엄격한 상호주의" 적용으로 요약된다.

이에 따라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재임기간중 고조됐던 북.미 화해 분위기에 일단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파월 지명자는 이날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과 남북대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지금까지 있었던 대북한 업적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클린턴 행정부의 포용정책을 참고해 대북 정책을 세울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당국자는 파월의 성명이 클린턴 행정부의 포용정책을 이어나갈 것을 천명한 것이며, 한국정부의 대북화해정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환영했다.

문제는 그의 발언이 단서를 달고 있다는 점이다.

파월은 대북 포용정책 유지를 시사하면서도 ''북한이 정치 경제 및 안보상의 우려들을 시정할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지난 94년 체결한 북.미 기본합의에 대해서도 "북한이 준수하는 한 기본합의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파월은 특히 "북.미 관계개선은 아직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북한과의 협상에서 미국이 정말 값있는 무언가를 대가로 받지 못한다면 아무 것도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북한이 미사일과 테러 핵 등 양국간 현안에서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줄 때만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엄격한 상호주의를 천명한 것이다.

북한이 자위 수준을 넘는 재래식 군사력을 배치하고 미사일과 비재래식 무기개발을 지속하는 한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클린턴 정부의 정책을 염두에 두겠다고 밝혔지만 강경보수파로 널리 알려진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지명자와 함께 대북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점을 밝혀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독재자''로 지칭한 것도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강경.보수파로 짜여진 부시 행정부의 북한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파월이 이처럼 강력한 대북 정책을 천명함으로써 앞으로 북.미 관계는 상당한 속도조절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남.북 관계와 한.미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