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신사고" 실천의 첫 발이다. 그는 지금 개혁개방을 위한 터닝포인트를 돌고 있다"

상하이(上海) 사회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상하이 방문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관점에서 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했고 그 모델로 상하이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방중(訪中) 4일째인 18일에도 김 위원장은 베일 속에서 움직였다.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거대한 ''학습장''인 상하이를 통해 자본주의를 차근차근 배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북한이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노선을 채택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김 위원장은 푸둥(浦東) 지역에 자리잡은 증권거래소 방문을 통해 ''자본주의 꽃''이 어떻게 피어나는지를 확인했다.

그는 특히 전날에 이어 18일 오전에도 증권거래소를 방문, 직원들에게 주가변동 요인을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김 위원장은 외자유치와 자본거래시스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NEC 제너럴모터스(GM) 등 푸둥 지역에 터를 다진 외국기업들을 통해 투자유치의 면모도 확인했다.

상하이의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NEC 방문중 "외국기업이 무엇을 노리고 중국에 투자했는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외국기업을 어떻게 끌어들일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특히 NEC의 반도체연구실에 들르는 등 IT(정보기술)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은 또 푸둥구청을 방문, 공업단지 조성 및 운영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여년간 건설된 푸둥은 하이테크단지 보세.수출단지 금융단지 등으로 나눠진 종합 개발지구다.

김 위원장은 이곳에 북한 무역대표부를 설치, 각종 정보를 얻고자 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이번 방문을 통해 배운 것은 중국식 경제개혁 모델이다.

이는 곧 ''사회주의와 시장경제의 조합''을 뼈대로 한다.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1당 독재체제를 굳건하게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 시스템을 적용한다.

김 위원장은 특히 대외개방을 통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자생력을 키운다는 것을 ''훌륭한 선생님''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로부터 배웠다.

상하이 사회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북한의 새로운 경제시스템 실험이 이미 시작됐다"며 "김 위원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중국측으로부터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