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일본 재계와 기업인들의 시선은 최근 한사람에게 온통 쏠려 있다.

주인공은 ''유니클로'' 브랜드의 초염가 캐주얼로 일본 의류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퍼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52) 사장.

일본 재계와 매스컴은 야나이 사장이 ''폐쇄국가'' 일본의 낡은 껍질을 벗겨낼 파이어니어(선구자)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가 재계의 스타로 떠오른 이유는 두가지.

유니클로의 성공스토리와 그의 경영스타일이다.

일본 의류시장에서 유니클로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전국 4백50여개의 유니클로 매장은 싸고 좋은 옷을 찾으러 나온 고객들로 언제나 북새통이다.

간판상품인 1천9백엔(약 2만원)짜리 후리스재킷은 작년 한햇동안 1천2백만장이 넘게 팔려 ''국민복''이라는 애칭을 듣고 있다.

회사매출은 1999년 9월부터 작년 8월까지 1년간 2천2백89억엔을 기록,전년의 두 배에 달했다.

이익은 무려 네 배로 급증한 6백4억엔.

일본 유통업계 최강자라는 이토요카도의 이익을 더블스코어차로 눌렀다.

야나이 사장의 경영전략 핵심은 ''도전과 변화''.

''1%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도전하라''''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물에 빠뜨리면 된다''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이 말에는 공격적이고 진취적인 냄새가 넘쳐난다.

그는 또 철저한 원리원칙주의자다.

선대부터 수십년간 거래해 왔던 의류제조업체들이 제품을 날림으로 만든다며 하루 아침에 관계를 끊기도 했다.

관행과 정해진 틀 속에서 돌아가는 일본의 상거래 습관에 비추어 본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흠이 있는 제품을 알고도 납품받아 판다면 이는 소비자들에 대한 배은망덕이다"

그는 비정하다는 주위의 비판에 대해 이렇게 맞섰다.

차갑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당연히 서구식 합리주의로 무장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따라 다닌다.

야나이 사장은 공·사 구별이 분명하기로도 소문나 있다.

거래선을 접대할 때도 사적으로 쓴 것은 반드시 자신의 주머니에서 지불한다.

사장이 공·사 구별을 엄격히 하지 않고 원리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 수 없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야마구치현의 소도시에서 태어난 그는 부친으로부터 조그만 옷가게를 물려받아 최고의 인기 의류메이커로 키워냈다.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거의 모든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기획 개발에서 판매까지 모두 자체 책임으로 하기 때문에 중국산이라도 품질은 정상급이라는 평을 듣는다.

''저가양질''''소비자우선''의 기본원칙을 끈질기게 밀고 나간 것이 초고성장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야나이 사장은 올해 영국과 미국에 매장을 낼 계획이다.

캐주얼 의류에서만큼은 구미 일류 브랜드를 누르고 유니클로를 세계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