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손은 한우물 파기를 고집해온 업체다.

지난 1988년 설립 이후 줄곧 손목시계만 만들어왔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자기브랜드를 갖고 내수시장보다는 수출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수출비중은 54.4%에 달한다.

최근의 고유가와 환율상승은 오히려 실적호전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로만손의 수출 대상지역은 공교롭게도 중동 러시아 동유럽 등 석유생산국들에 몰려있다.

고유가는 산유국들의 매수여력을 키웠고 시계 판매량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 덕분에 올해는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재무구조는 초우량급이다.

10억1천만원이던 자본금을 30억5천만원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20억원 가까운 주식발행초과금(내부유보금)도 확보했다.

부채비율은 1백4.9%에서 75%로 낮아져 이자부담이 거의 없는 경영이 가능해졌다.

가죽제품 사업에도 새로 진출해 성장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가는 뚝떨어진 상태다.

지난 4월 21일 5천원에서 1천원으로 액면분할할 때 1만4천원이던 주가는 현재 3천4백40원이다.

로만손 김기문 사장을 만나 올해 실적과 주가회복 방안 등에 대해 들어 봤다.

-올 사업연도의 영업실적 추정치는.

"다른 업체들과는 달리 유가가 오른 덕을 봤다.

중동 러시아 등 주요 수출국이 유가상승에 따른 경기회복으로 시계판매가 늘어났다.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60.5%나 늘어난 1천2백68만달러를 달성했다.

3.4분기까지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6% 증가한 2백35억원을 기록했다.

경상이익은 21억원,순이익은 16억원이다.

시계 매출은 가을과 겨울시즌에 크게 증가한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매출은 전년대비 82억원 늘어난 3백4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러면 창사이래 최대 매출이 된다"

-수출환경 호조이외의 호재가 있다면.

"수출증가도 이유가 되지만 그보다는 브랜드 경쟁력이 강화된 점을 들고 싶다.

수출시장의 경쟁 포인트가 가격에서 브랜드로 바뀌면서 브랜드의 지명도에서 앞선 로만손이 유리한 입장에서 성장을 지속했다는 의미이다.

중동 러시아 터키에서 여성용 팔찌시계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주가에 대한 자체 진단은.

"대단히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4월말 1만6천7백50원과 비교하면 지금의 주가는 80%정도 하락한 수준이다.

시장침체로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가 옥석 구분없이 동반 추락한데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본다"

-회사측이 생각하는 적정주가와 산출 근거는.

"로만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27배로 코스닥 평균인 9.97배의 절반가량이다.

ROE(자기자본 이익률)가 14.5%,ROA(자산 수익률)가 7.2%로 자기자본과 자산대비 수익구조도 양호한 편이다.

주당 순자산 가치도 4천4백38원에 달한다.

시장내 브랜드 위상이나 실적전망 등을 감안하면 1만6천원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가 회복세를 가속화시킬 대책이 있는지.

"코스닥 시장은 물량이 지나치게 많이 공급돼 수급불균형에 빠진 상태다.

로만손의 경우도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이런 점에서 액면병합도 필요하다면 검토할 작정이다.

지난 10월 26일 신한은행과 20억원 규모의 자사주 펀드 계약을 체결했다.

이 펀드를 통해 본격적인 주가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로만손 지분의 3.4%는 우리사주몫이다.

결국 주가관리는 주주는 물론 직원들의 복지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올해 핸드백 사업을 새로 시작했는데.

"핸드백은 지난 5월초 출시했다.

현대 롯데 신세계 등의 백화점에 입점한 상태다.

가죽제품은 부가가치가 높다.

5월부터 9월말까지 대략 1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내년에는 전국 주요 백화점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해 65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핸드백 사업이 정착되면 안경테 액세서리 등 패션 아이템을 수직계열화시켜 세계적인 명품 토탈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새로운 유통환경에 맞게 일반고객상대는 물론 기업간 전자상거래업체와도 제휴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방침이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