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202) 제2부 : IMF시대 <5> 증오심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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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홍상화 >
백인홍은 쓰러지면서 공기총을 집어들고, 주저앉은 채 뒤돌아 노조원들을 향해 공기총을 겨누었다.
노조원들이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곧 문을 열겠습니다. 빨리 들어오십시오"
최형식의 말이 뒤에서 들려왔다.
백인홍은 공기총을 겨눈 채 서서히 일어났다.
뒤쪽에서 문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백인홍이 몸을 돌려 정문 안쪽에 한발을 내디디는 순간, 그의 왼쪽 어깨가 으스러지는 충격을 받았다.
그는 정문 안쪽으로 엎어지면서 뒤돌아보았다.
노조원들이 열려 있는 문으로 막 몰려들려고 했고, 맨 앞에 각목을 허공에 높이 쳐든 자의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백인홍은 각목을 든 자의 얼굴에 공기총을 겨누었다.
그자가 멈칫하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자 다른 노조원들도 뒤따랐다.
백인홍은 공기총의 조준을 위로 올려 정문 한쪽 기둥에 설치된 큰 전등을 향해 공기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전등이 깨졌다.
그 순간 최형식이 백인홍의 몸을 안으로 끌어들이며 정문을 닫았다.
백인홍이 변희성의 도움을 받아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여기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최선을 다하세요"
백인홍은 변희성에게 말한 후 공장 마당을 지나 컴퓨터실 쪽으로 걸어갔다.
"혼자 들어가시게요? 너무 위험합니다"
뒤따라오던 최형식이 말했다.
"최 이사는 여기 있으세요. 나 혼자 들어가서 어떻게든 설득하겠어요. 컴퓨터가 파괴되면, 공장을 다시 돌릴 수 없어요"
공장 내 첨단 생산시설의 일부가 컴퓨터로 작동되며, 컴퓨터에는 수출용 직물의 직조 모형 정보가 저장되어 있었다.
"컴퓨터실에 있는 자들은 어떤 자들이오?"
백인홍이 발걸음을 옮기면서 물었다.
"저…한 사람은 김명희씨 동생인 김경식이라는 자입니다"
"뭐요?"
백인홍이 발걸음을 멈추고 최형식을 쳐다보았다.
"또 한 사람은 한때 희곡작가로 활동한 자입니다. 작가 출신이지만 노동계에서는 가장 극렬한 투쟁자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테러를 부추기고 때로는 자신이 테러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하지요. 어느 고위관리 집에 금송아지가 있다는 풍문을 듣고, 야밤에 그 집에 본인이 직접 들어가기도 했답니다. 그 덕분에 오랫동안 감옥생활을 했지요"
"그런 자는 설득하기가 더 쉬울 거예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위험한 자입니다. 저하고 같이 가시지요"
"사주로서 혼자 가야 해요. 그래야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그자의 이름이 뭐요?"
"나상훈이라고 합니다"
백인홍은 최형식을 뒤에 남겨두고 혼자 걸어갔다.
그는 걸어가면서 나상훈이 어떤 형의 인간일까 생각해 보았다.
현장에서 투쟁할 때를 제외하면 가장 완벽한 인간으로 보이는 자이리라고 추측했다.
지나칠 정도로 겸손하고 예의바르며 상대방 얘기를 진지하게 경청할 줄 알고 반대의견에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그것이 순진한 눈에는 최상의 ''양심''으로 비쳐질지 모르나 그의 내부에 들끓고 있는 증오심을 숨기기 위한 것임을 자신에게는 속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백인홍은 쓰러지면서 공기총을 집어들고, 주저앉은 채 뒤돌아 노조원들을 향해 공기총을 겨누었다.
노조원들이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곧 문을 열겠습니다. 빨리 들어오십시오"
최형식의 말이 뒤에서 들려왔다.
백인홍은 공기총을 겨눈 채 서서히 일어났다.
뒤쪽에서 문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백인홍이 몸을 돌려 정문 안쪽에 한발을 내디디는 순간, 그의 왼쪽 어깨가 으스러지는 충격을 받았다.
그는 정문 안쪽으로 엎어지면서 뒤돌아보았다.
노조원들이 열려 있는 문으로 막 몰려들려고 했고, 맨 앞에 각목을 허공에 높이 쳐든 자의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백인홍은 각목을 든 자의 얼굴에 공기총을 겨누었다.
그자가 멈칫하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자 다른 노조원들도 뒤따랐다.
백인홍은 공기총의 조준을 위로 올려 정문 한쪽 기둥에 설치된 큰 전등을 향해 공기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전등이 깨졌다.
그 순간 최형식이 백인홍의 몸을 안으로 끌어들이며 정문을 닫았다.
백인홍이 변희성의 도움을 받아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여기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최선을 다하세요"
백인홍은 변희성에게 말한 후 공장 마당을 지나 컴퓨터실 쪽으로 걸어갔다.
"혼자 들어가시게요? 너무 위험합니다"
뒤따라오던 최형식이 말했다.
"최 이사는 여기 있으세요. 나 혼자 들어가서 어떻게든 설득하겠어요. 컴퓨터가 파괴되면, 공장을 다시 돌릴 수 없어요"
공장 내 첨단 생산시설의 일부가 컴퓨터로 작동되며, 컴퓨터에는 수출용 직물의 직조 모형 정보가 저장되어 있었다.
"컴퓨터실에 있는 자들은 어떤 자들이오?"
백인홍이 발걸음을 옮기면서 물었다.
"저…한 사람은 김명희씨 동생인 김경식이라는 자입니다"
"뭐요?"
백인홍이 발걸음을 멈추고 최형식을 쳐다보았다.
"또 한 사람은 한때 희곡작가로 활동한 자입니다. 작가 출신이지만 노동계에서는 가장 극렬한 투쟁자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테러를 부추기고 때로는 자신이 테러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하지요. 어느 고위관리 집에 금송아지가 있다는 풍문을 듣고, 야밤에 그 집에 본인이 직접 들어가기도 했답니다. 그 덕분에 오랫동안 감옥생활을 했지요"
"그런 자는 설득하기가 더 쉬울 거예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위험한 자입니다. 저하고 같이 가시지요"
"사주로서 혼자 가야 해요. 그래야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그자의 이름이 뭐요?"
"나상훈이라고 합니다"
백인홍은 최형식을 뒤에 남겨두고 혼자 걸어갔다.
그는 걸어가면서 나상훈이 어떤 형의 인간일까 생각해 보았다.
현장에서 투쟁할 때를 제외하면 가장 완벽한 인간으로 보이는 자이리라고 추측했다.
지나칠 정도로 겸손하고 예의바르며 상대방 얘기를 진지하게 경청할 줄 알고 반대의견에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그것이 순진한 눈에는 최상의 ''양심''으로 비쳐질지 모르나 그의 내부에 들끓고 있는 증오심을 숨기기 위한 것임을 자신에게는 속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