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갈등에서 화해와 협력으로"

세계 유일의 냉전지대였던 한반도가 "평화의 땅"으로 변화중이다.

휴전선에는 아직 양측 군대가 맞서 있지만 귓전을 울리던 비방방송이 사라진지 오래다.

분단의 상징물처럼 여겨져온 경의선의 끊어진 철로도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지난달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선 남북 선수단이 나란히 입장, 전세계를 감동시켰다.

이 모든 변화의 시발점은 지난 6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이다

6.15 공동선언 이후 한반도는 분단 이후 최대의 격변기를 맞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로 이뤄진 남북간의 회담과 접촉은 사상 유례없는 규모다.

지난 6월말 금강산에서의 제1차 적십자회담을 필두로 장관급회담과 국방장관회담, 외무장관회담, 특사회담이 꼬리를 물었다.

경의선 복원, 경협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경협실천기구 구성, 8.15 이산가족 상봉에 이은 서신교환 및 면회소 설치 추진, 군사적 긴장완화 노력 합의 등은 이들 회담의 구체적 성과들이다.

남측 인사들의 북한 방문도 부쩍 늘었다.

지난 8월에는 남한 언론사 사장단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났고 지난달에는 남측 관광단이 백두산에 올랐다.

또 지난 10일에는 남측 사회단체 및 각계인사 42명이 정부의 승인을 받고 조선노동당 창건 55돌 기념행사를 참관하기도 했다.

정상회담 이전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일이다.

이같은 변화의 두 축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경제.사회.문화 등 제반분야의 교류협력 확대다.

특히 군사적 긴장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현실을 앞서는 정도다.

한국경제신문이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지난 5∼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한 사람은 20.3%에 불과했다.

10명중 8명은 전쟁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경협을 비롯한 제반 분야의 교류협력의 폭과 규모도 급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북한이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인민군 차수)을 김 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에 보내 북.미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되면 북한은 테러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경제적 실리를 얻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일본과의 수교협상도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올들어 이탈리아 필리핀 호주와 국교를 수립 또는 재개한 데 이어 캐나다 유럽연합(EU) 국가들과의 수교도 추진중이다.

북.미, 북.일관계 개선은 이들 국가와의 외교관계 수립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같은 남북 화해와 협력의 기조를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적인 것으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북한이 임시방편적인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이끄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과의 역학관계를 적절히 이용하는 지혜도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