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번청 장관,보고하시오"

"예. 9월중 임신 허가를 받은 부부는 모두 1백28만6천3백47쌍입니다. 이 가운데 여아를 원하는 부부가 1백20만여 쌍입니다. 모두 후손성별선택의 자유조례 제1조 제1항 및 동 조례 제4조에 의거해 적법한 특정 성별 요청서를 제출한 상태..."

"도대체가 말이야! 지금이 전시라는 걸 국민들은 알기나 하나? 애국심이란 단어를 모두들 잊은겐가? 지구군 사령부 예측으로는 이 전쟁이 적어도 30년은 더 끌 거라는데,이러다간 병력 고갈로 자멸하겠군 그래"

"각하,보고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개전 직후부터 대부분의 부모들이 여아를 원하고 있습니다만,생번청 역시 사회청과 지구군 사령부의 우려를 감안,현 사태는 지구헌법에 명시된 긴급 성비조절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각하의 재가를 얻고자 합니다"

"그래야지! 진행하시오.당장 19시부로 긴급 성비조절권 발동을 발표하겠소.그래,조절 계획은?"

"목표 성비는 올해부터 차후 6년까지 남9:여1,다음 1년마다 남아를 10%씩 줄이고 여아는 10%씩 늘려 10년 뒤엔 5:5로 회복시키고 15년째부터는 다시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임신허가 기준을 대폭 완화해 출산율을 확대하겠습니다. 세부 계획을 스크린에 투영하겠습니다"

미래에는 정부가 출산을 제어한다는 내용은 공상영화에서는 이미 낯익은 주제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가능케할 만한 기술이 하나씩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바이오벤처 회사가 아들딸을 구별해 낳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선택 출산 전문 클리닉을 서울에 세울 예정이란다.

23쌍의 인간 염색체 중 성 염색체는 한 쌍.

이것이 XY면 아들, XX면 딸이다.

X염색체는 Y염색체보다 DNA 함유량이 2.8% 많다.

바로 이점에 착안해 남성의 정자를 X염색체를 가진 것들과 Y염색체를 가진 것들로 분리해 원하는 성염색체를 가진 정자를 여성의 난자와 인공 수정시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트(Microsort)라고 불리는 이 정자분리 기술은 이미 미국에서 상용화되고 있으며 딸의 경우 95% 이상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들 타령하는 사람들은 기대할 것까지는 없다.

현명한(?) 이 회사는 남아 선택임신은 정확도도 떨어질 뿐 아니라 고질적 병폐인 남아 선호사상을 부추길 우려가 있어 아예 상용화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딸은 선택할 수 있어도 아들 점지는 여전히 하늘에 맡겨야 한다.

인간의 섹스가 동물의 그것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섹스와 번식이 별개라는 것.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부터 인간은 도리어 번식을 회피하는 섹스를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

이번에 들려온 소식도 어쩐지 섹스와 번식의 분리를 점점 확고히 하는 예포소리로 들린다.

준남성클리닉 원장 jun@sn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