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던져놓은 "우량은행간 합병 방정식"에 은행장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마다 이런저런 사정이 얽혀 속시원한 해법이 찾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량은행중 합병에 가장 적극적인 주택은행 김정태 행장은 이런 저간의 사정을 "집단장까지 끝냈는데 신부가 없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프로포즈"를 하는 은행들마다 여러가지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은행이 제일 먼저 꼽는 합병 파트너는 하나은행.

김 행장은 김승유 행장에게 은행간판은 "하나은행"으로 할테니 합쳐보는게 어떠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은행과의 궁합은 외국인 대주주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주택은행의 2대주주인 ING와 하나은행의 대주주인 알리안츠는 보험업계의 라이벌이어서 양측 모두 주택과 하나은행의 결합은 "절대불가"라는 입장이다.

주택은행은 한미은행도 파트너로 고려중이나 신동혁 한미은행장이 "자본확충부터 끝낸 다음에 합병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혀 대화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파트너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국민은행도 마찬가지.

국민은행은 장기신용은행과의 합병이 실패케이스로 인식돼 있어 대상 은행들이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상훈 행장은 "장은과의 합병이 실패라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며 "기업금융확대 등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합병 당시 7백40여명이던 장기신용은행 직원들 가운데 현재 4백50명 가량만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다른 은행 직원들에게 "우리도 국민은행과 합치면 못 견딜 것"이라는 불안감을 주고 있다.

이처럼 우량은행간 짝짓기 방정식은 워낙 산식이 복잡해 은행들 스스로 풀어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따라 최근에는 "자율"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정부가 나설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