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쉘 위 댄스"의 주인공은 40대초반의 평범한 가장이다.

스물여덟에 결혼해 딸을 낳고 억척스레 일해 집도 샀다.

애써 얻은 안정된 생활은 그러나 그에게 아무 즐거움도 주지 못한다.

사는게 재미없고 시들하던 그에게 어느날 전철역앞 사교댄스학원 창가에 선 미모의 춤선생이 눈에 띈다.

춤을 배우면서 그는 잃었던 활력을 되찾는다.

출근길이 즐겁고 구부정하던 등도 펴지고 소변보는 자세마저 당당해진다.

동네앞 공터에서 억수같이 퍼붓는 비를 맞으며 혼자 연습할만큼 춤에 빠지면서 그는 정체를 알수 없던 허전함에서 벗어난다.

율브리너와 데보라카 주연의 "왕과 나"의 주제가에서 제목을 따온 이 영화는 1996년초 처음 개봉된 뒤 일본에서는 물론 미국에서도 크게 히트했다.

올해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작인 "아메리칸 뷰티" 또한 뻔한 일상생활에서 도망치고 싶은 중년남성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평온한 일상을 지겨워 하던 주인공은 딸의 친구를 넘보면서 사춘기 때의 열정을 되찾는다.

새로운 인생을 꿈꾸면서 회사를 때려치우고 스포츠카를 산다.

대마초를 피우고 젊은여자가 원하는 근육질 몸매를 만들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한다.

"아메리칸 뷰티"의 주인공이 깨버리고 싶던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 죽는 반면 "쉘위댄스"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이제는 사라져 버린 젊은날의 꿈을 멀거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중년의 답답함과 외로움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은 슬픈 몸부림과 맞닿아 있다.

이땅의 중년남성들도 깊이를 알수 없는 불안과 쓸쓸함에 시달리는 까닭일까.

입소문이 번지면서 국내에서도 "쉘위 댄스" 붐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감독 수오 마사유키는 현실의 삶에 지친 중년들에게 응원가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자신의 삶이 다시 펼수 없을 만큼 찌그러져 있다고 느끼는 중년의 정체성 확인 욕구는 국적 불문의 주제다.

"쉘위 댄스"의 경우 이처럼 인간 본연의 문제를 다룸으로써 눈살 찌푸리게 하는 야한 장면 없이도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세계시장 진출을 꿈꾸는 우리 영화계에 시사하는바 크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