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로에 자리잡은 흥사단.

도산 안창호 선생의 뜻을 이어가는 곳이다.

최근 이곳에서 "벤처열풍의 문제점"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월 벤처업계 최초로 노조를 세운 멀티데이타시스템의 이상호 노조위원장이 말문을 열었다.

"벤처기업에선 연장근무가 관행으로 굳어져 "저녁 10시 이전 퇴근불가" "월요일에 출근해서 토요일에야 퇴근"하는 식으로 자발적인 초과노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월 65만원선의 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도 많지요"

이어서 서울산업대 백욱인 교수가 말을 받았다.

"벤처기업 근무자들은 유연노동과 재택 근무제라는 틀로 모든 시간과 공간을 구속받고 있습니다"

"X이론과 Y이론"

미국의 경영학자 더글러스 맥그리거( Douglas McGregor )가 경영학적 관점에서 제시한 인간관이다.

X이론은 "인간은 일하기 싫어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Y이론은 "인간에게 노동은 놀이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며 대다수 인간은 자발적으로 일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을 들여다보자.이곳엔 "Y이론의 인간"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벤처기업가들을 만나보면 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숙식을 해결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직원들도 밤샘 작업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일반인들도 밤늦게 테헤란밸리를 지나가다 불켜진 건물이 적으면 걱정부터 늘어놓는다.

"벤처기업인들이 게을러진 게 아닌가"하고.

이민화 메디슨 회장은 그의 저서에서 한국인을 "벤처형 민족"이라고 정의한다.

"명분추구 근면성 도전정신 경쟁심 등의 특성을 가진 한국인들은 조금이라도 좋아질 것이라는 꿈을 안고 먹지 않고 놀지 않고 절약한다"는 것.

벤처기업 근무자들이 Y이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스톡옵션제 우리사주제 등 종업원 보상제도를 통해 기업가치를 분배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벤처기업 실태조사"를 보면 스톡옵션을 도입한 벤처기업은 전체의 8.3%,우리사주제를 도입한 업체는 9.8%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스톡옵션제나 우리사주제도 모든 사원에게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오늘도 벤처기업의 많은 직원들은 확실치 않은 "대박"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위해 자발적인 노동에 힘을 쓰고 있다.

이제 벤처기업가는 직원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Y이론의 근로자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길덕 벤처중기부 기자 duke@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