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 자유기업센터 소장 www.gong.co.kr >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비스 업체인 AOL이 타임워너사를 인수하는 일이
지난 주에 일어났다.

총자산 3천5백억달러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매수 합병인 점을 고려해서
한경은 지난 11일자 1면에 톱기사로 비중있게 다루었다.

두 회사의 합병소식은 단순히 대형 매수 합병이라는 점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국내외 산업이 어떻게 재편돼 갈 것인지를 예시하는 의미있는
사례이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모든 것은 네트워크로 통하는 사회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기업들은 사업재편이나 조직구조를 조정하는 데 큰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런 변화에 뚜렷하게 나타날 조짐은 전통적인 오프라인업체의 변신 노력이
될 것이다.

오프라인업체들은 기존의 주력 사업을 온라인화에 발맞춰 신속한 사업 구조
및 조직 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또한 온라인 기업과 적극적인 제휴나 매수 합병을 통해서 기업의 면모를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과거와 다른 점은 속도가 기업 경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다수 대기업들은 굳이 분류하자면 오프라인업체들이다.

이들이 짧은 시간내에 서둘러서 온라인화의 조류에 자신을 변신시켜나가지
못한다면 상당한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다.

필자는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정도면 한국 재계 판도가 상당부분
변화하리라고 본다.

승부를 결정하는 최대의 변수는 온라인화를 향한 레이스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성공에 취한 기업들, 과거의 관행을 탈피하기를 거부하는 기업들의
탈락이 두드러질 것이다.

권력자가 호령을 하지 않더라도, 이래라 저래라 명령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변화의 물결은 한국 기업들을 뒤덮기 시작했다.

몇몇 대기업들의 변신 노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온라인화는 대기업병의 완전한 극복 없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대기업들이 탈락하게 될 것이다.

한경은 지난 주에 포드와 야후의 제휴, GM과 AOL의 제휴 등 여러 사례를
다루었다.

이런 사례들이 우리 기업들에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제시하는
그런 난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미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승부전의 전면에 선
기업들은 엄청난 위기의식을 갖고 성공적인 변신법을 찾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성공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도 바뀌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14일에 있었던 개각을 이해하고 싶다.

한경은 개각 후일담을 덕담과 아울러 후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내각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너무 "올드패션드"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디지털 혁명은 그 파급범위가 전방위로 미치게 될 것이다.

내각 멤버들의 대다수가 "완전 아날로그 세대"에 속하는 점이 앞으로
정책이나 국정 운영에 고스란히 반영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비교적 발빠르게 변화에 적응해가는 국가들과 그렇지 못한 국가들을 비교해
보면 묘한 공통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주에 상큼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글은 13일자 복거일씨가 기고한
다산칼럼이다.

"달러채택의 필요성"이란 제목의 글은 한국이 달러를 공식 통화로 삼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파격적인
발상이다.

몇년전에 복거일씨는 영어 공용화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당시로서는 대단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불과 몇년 지나지 않아서 영어 공용화론은 우리 사회에서 화제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현재를 기준으로 보면 파격적인 발상일 뿐만 아니라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몇 년 가지 않아서 이러한 주장들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자유로운 사상의 시장이 존재하는 것은 열린 사회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이런 면에서 다소 앞선 주장들을 감정에 의지하지 않고 논리와 사실에
바탕을 두고 논의를 전개하는 지적 풍토가 우리 사회에도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권력에 가까이 다가선 사람들이 명심해야 한다.

위대한 자유주의자 칼 포퍼 경은 "우리는 언제나 틀릴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유한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가 있다.

그렇다.

모두가 틀릴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비판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부류의 권력이건 비판에 귀를 막게 하는 묘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일찍이 칸트는 "권력의 소유는 이성의 자유로운 판단을 반드시 저하시킨다"
고 경고한 바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지식이 어떤 원천으로부터 유래하였든간에 모든 지식은
인간의 지식인 한 틀릴 수밖에 없고, 그러므로 비판받아야 한다"는 칼 포퍼의
경구를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