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노화의 공포로부터 완전히 벗어난다"

유전자에 담긴 생명의 신비를 밝히기 위한 인간게놈(Genome)프로젝트가
2003년이면 매듭지어진다.

난치병을 극복하고 젊음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은 인류의 영원한 꿈이
실현될 날도 멀지 않은 것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인간이 가진 22쌍 상염색체와 X,Y로 표현되는 성염색체
내 DNA의 염기서열을 밝히기 위한 대역사.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단백질의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를 분석하면 생명의 신비를 풀 수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한 연구이다.

실제로 암 등 난치병은 세포분열 등을 조절해주는 단백질이 기능을 상실
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인간 염색체가 총 30억개의 염기쌍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것의
배열을 완전히 밝혀낸다는게 무척이나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30억개 염기서열의 완벽한 유전자지도를 확보하는 국가는 21세기
생명공학분야를 지배할 수 있는 무기를 갖게 된다.

이에따라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인간게놈프로젝
트에 뛰어들면서 이미 전체 염기서열의 30%를 넘는 10억개가 밝혀졌다.

이들은 밝혀낸 유전자지도에 대해 특허를 등록해 놓고 지도의 내용을
판매하면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또 지난해말 영국 생거센터 등 5개국 합동연구팀은 인간의 22번 염색체에
들어있는 3천3백만개 염기서열 전부를 해독했다.

이 염색체에 대한 유전자지도가 완성된 것이다.

22번 염색체 유전자지도 완성으로 이 염색체의 유전자에 담겨있는 백혈병,
심장병, 정신장애 등의 비밀이 조만간 풀릴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22번 염색체의 이상으로 인한 질병을 퇴치하기 위한 유전자지도
분석에 이미 착수했다.

이와 함께 나머지 염색체들의 DNA 염기서열을 밝혀내는데 유용한 기술도
확보, 유전자지도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오는 2003년으로 예정된 인간염색체의 유전자지도의 완성
시기도 상당히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지도를 활용해 암 등 난치병과 노화를 극복할 수 있는 시기가 그만큼
가까워진 것이다.

"모든 질병은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한다. 유전자 변형을 막는다면 질병으로
부터 자유로워진다"(김병수 연세대총장. 의학박사)는 지적은 인간게놈프로젝
트의 무한한 가능성을 대변하고 있다.

또 간단히 노화를 막아주는 것도 가능하다.

노화는 유전자의 끝부분에 위치한 텔로미어가 짧아지면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간은 성장을 위해 매번 세포를 분열시켜야 하는데 이때마다 텔로미어가
조금씩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만약 텔로미어가 노화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증명되면 이를 조절해
노화를 막는 것은 결코 꿈이 아니다.

유전자지도가 완성되면 남은 과제는 특정한 기능을 가진 유전자와 이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을 규명하는 것.

우리나라처럼 인간게놈프로젝트에 뒤늦게 참여한 국가들이 유전자지도를
만들기 보다는 만들어진 지도에서 "보물섬"을 찾아내는 것이 빠르다고
판단해 기능 유전자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유전자지도의 보물섬은 유전자 양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인간 유전자와
유사한 동물 식물 미생물 등의 유전자를 사용해 찾아낸다.

비교적 간단한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하면 복잡한 인간 유전자의 기능을
쉽게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 가운데 생쥐의 유전자는 인간 유전자와 90%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어
집중 연구되고 있다.

영국 잭슨연구소 등이 오는 2005년까지 생쥐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모두
밝혀낼 계획이다.

꼬마선충은 유전자가 인간과 유사하면서 실험하기 쉬운 동물.

미국 워싱턴대학과 영국 생거센터 등이 꼬마선충의 DNA지도를 집중적으로
연구, 1998년말 모든 염기서열을 밝혀냈다.

식물에서는 유전자 크기가 작고 곡물과 유사해 많은 종자를 생산하는
애기장대가 집중 연구되고 있다.

연구에는 벨기에 캐나다 한국 등 8개국이 참여하고 있는데 지난해말 미국과
영국의 연구팀이 총 5개의 염색체중 2번과 4번 염색체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밝혀냈다.

1백여종에 달하는 미생물의 게놈도 활발히 연구돼 4백60만개의 염기를 가진
대장균과 4백20만개인 고초균의 유전자지도는 지난 1997년 완성됐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