揮毫落紙墨痕新,
휘호낙지묵흔신

幾點梅花最可人.
기점매화최가인

願借天風吹得遠,
원차천풍취득원

家家門巷盡成春.
가가문항진성춘

종이 위에 붓 휘두르니 묵색 산뜻한데 /
매화 몇점 그려놓으니 참으로 즐겁구나 /
하늬바람 빌려 멀리멀리 날려서 /
집집마다 거리마다 활짝 봄되게 하고파라

-----------------------------------------------------------------------

청의 이름난 화가 이방응이 매화 한폭 그려놓고 그 여백에 써넣은 제화시
이다.

매화는 눈 속에서도 피어나서 추위를 이기는 기상을 군자의 품성에 견주기도
하려니와 꽃 가운데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전령이기도 하다.

신춘휘호로 매화를 그리고 그림 속의 매화를 하늬바람 빌려 멀리까지 날려서
온누리에 봄을 나누어 주려는 화가의 마음씨가 또한 곱다.

<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