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 정상회담이 11일 이틀간
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이번 회담에서 EU는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정치적 군사적 터전을 마련했다.

우선 터키 등의 가입을 결정, 회원국 수를 배가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는 별도의 대응군을 만들기로
해 군사적인 면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울러 러시아의 체첸공격에 대해 공동입장을 표명함으로써 국제정치사회
에서의 목소리를 한층 키웠다.

회담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이번 회담은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회담"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도 "우리는 유럽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고
회담에 의미를 부여했다.

EU는 이번 회담에서 터키가 쿠르드 반군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의 사형
집행을 취소하고 그리스와 영토분쟁을 끝내는 조건으로 터키에 회원국 후보
자격을 주기로 결정했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몰타 등과는
내년 2월부터 가입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EU 회원 후보국 수는 13개국으로 늘어났다.

EU는 또 오는 2003년까지 5만명 규모의 신속대응군을 창설, 나토와는
별개로 유럽내 분쟁지역에 신속히 투입키로 해 군사적인 면에서 미국의
영향력으부터 벗어나기 위한 걸음을 내디뎠다.

체첸 사태와 관련, EU는 러시아 푸틴 총리에게 편지를 보내 군사행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무역제재조치를 취하지는 않아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하지는
않았다.

유럽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21세기에 유럽의 단합, 평화, 번영을 함께
구가하자는 미래비전을 담은 "밀레니엄 선언"도 채택했다.

< 김선태 기자 orc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