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일간 계속되던 한라중공업 파업사태가 26일 극적타결됨으로써
한라중공업이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의 실마리를 잡게 됐다.

현대,한라중공업 대표들과 한라 노조 대표들은 이날 마라톤 협상을
통해 노조 단협을 승계하고 위탁경영기간중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으며,
위탁 경영 실시후 체불 임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하는 등 쟁점사항에
잠정 합의했다.

한라는 일단 실사를 거쳐 자산을 클린컴퍼니인 RH중공업(가교회사)에
양도하고 이를 현대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정상화를 모색하게 된다.

이와관련,현대의 실사팀이 삼호조선소에 내려가 있는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우선 현대가 확보하고 있는 수주물량을 한라측으로 돌려
한라의 정상적인 조업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현대는 2년반치 물량에 해당하는 1백20척,60억달러의 수주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여유가 있다.

한라중공업과 일감을 나누는데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최근 삼성 대우 등 국내 조선업체들이 엔화강세에 힘입어 일본업체들을
제치고 좋은 수주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한라가 현대의 위탁경영으로 신용이 올라가면 수주영업도 활기를
띨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위탁경영이 시작되는 시점부터다.

그전에 해결해야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50여일간 계속된 회사 점거농성으로 현대의 실사작업이 거의 이뤄지지못해
위탁경영 후 완전 정상가동에 들어가기까지는 2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한라의 조선인력이 2천6백여명에 불과해 인력을 조달하는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삼호조선소의 완전 가동에는 8천여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인도 하락과 계속된 파업사태로 사실상 개점휴업의 처지에 빠져
있었다.

97년 12월 부도가 나기 전 한라중공업은 40여척의 잔여 수주물량이
있었으나 지금은 7척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현대의 위탁경영이 순조롭게 이뤄져 세계 5위의 조선소로서의
위신을 찾을 수 있게 될 지 주목된다.

채자영 기자 jychai@ked.co.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