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의 좌승희 원장이 지난 23일 열린
전경련 국제자문단 회의에서 대규모 사업교환과 부채비율 감축 등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을 비판했다.

좌 원장은 "한국의 기업,오늘과 내일"이란 주제발표에서 최근 정부의 재벌
개혁은 근본원인을 치유하기 보다는 경제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주도로 추진중인 대규모 사업교환은 과잉투자를 해소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일 목적으로 시행됐다"며 "그러나 이같은 사업교환은 기업재산권
을 침해하는데다 정부의 경제력집중 억제책에도 상반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위기이후 정부주도의 구조조정 과정이 과거 70년대나 80년대의
산업구조조정과 목적 및 정책수단에서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내 부채비율 2백%이내 감축정책과 관련, "서로 다른 사업과 경영
전략을 가진 재벌에 대해 똑같은 목표와 기한을 엄격하게 적용하는건 현명한
개혁방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좌 원장은 이런 대증요법적인 구조개혁보다는 시장압력을 증가시켜 기업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규칙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화란 경제환경의 변화 속에서 정부개입 위주의 경제정책들은 효율성이
급감할 것이며 정부가 최적의 산업 및 기업구조를 모색,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자유주의 철학자 하이에크를 인용,"정부는 정원수의 성장환경을 잘
조성해 주는 정원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 원장은 정부가 시장질서의 자생성과 내생성을 보호하며 시장질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적절한 경제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정부는 경제환경 뿐만 아니라 사회체제에도
공정한 경쟁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특히 시장 유인구조를 변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투자자들은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갖추지 못한
기업에 등을 돌리게 된다"며 "정부의 간섭보다는 시장질서가 기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좌 원장은 기술혁신의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질 것이며 지속적인 기술개발에
실패한 기업들은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구학 기자 cg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