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의 "뉴라운드 협상"이 시작하기도 전에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독단적인 태도에 반발,유럽연합(EU) 일본 개도국 등에서 협상연기
요구가 나오는 등 반뉴라운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스칼 라미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미국이 내놓은 뉴라운드
의제들은 산적해있는 과제들을 풀어나가기에는 너무 협소한 범위에 한정돼
있다"면서 "뉴라운드 출범 자체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개도국이 아닌 선진국그룹에서 뉴라운드 출범 자체를 문제삼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 각계 인사들도 "모든 새로운 형태의 교역자유화"의 연기를 요구하는
성명을 채택, 뉴라운드 협상 연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말레이시아 등 개도국에서는 뉴라운드 협상을 내년 중반 이후로 미루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같은 반 뉴라운드 분위기는 미국의 독단적인 태도에 대한 각국의 불만이
극에 달한데다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21일 필리핀에서 열린 국제경제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어느 한
국가에 의해 독단될 수 없는 전세계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WTO에
촉구했다.

미국은 오는 11월30~12월3일 시애틀에서 열리는 WTO통상장관회담에서
채택할 선언문 초안을 최근 일방적으로 바꿔 각국의 반발을 샀다.

미국은 최근 열린 한 회의에서 이미 마련됐던 초안에서 반덤핑규제 투자규제
경쟁정책 등의 협상의제를 모두 삭제하고 농업과 서비스부문 무역자유화만을
남겨뒀다.

EU와 일본 등이 이에 즉각 반발, 22일부터 스위스 로잔에서 새로운 초안마련
을 위한 비공식각료회의를 시작했으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은 뉴라운드의 의제를 가급적 축소하려는데 반해 EU와 일본 등은
투자 경쟁정책 반덤핑 문제 등도 의제에 포함한 포괄적 무역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1백34개 WTO회원국중 75%를 차지하는 개도국그룹은 <>섬유분야의 시장접근
확대 <>농업보조금 삭감 <>반덤핑 제재를 통한 수입규제 철회 등을 의제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인도 브라질등 개도국들은 특히 미국과 EU가 섬유분야의
시장개방을 늦추고 있다면서 이를 의제에 올리지 않을 경우 뉴라운드 출범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U 일본 개도국의 집중 공세에도 불구, 미국은 아직 양보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반덤핑 관세부과 등 자국에 유리한 조치들을 극구 옹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따라 각국의 대폭적인 양보가 이뤄지지 않는한 뉴라운드
협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