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10월은 IMF 체제를 겪고 있는 한국경제의 입장에서는 매우 뜻깊은
달이 될 것 같다.

긴급지원자금(SRF)으로 불리는 IMF 자금을 조기에 상환하고 우리가 해외에
갖고 있는 자산이 외채보다 많은 순채권국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8월말 현재 순외채 규모는 11억달러로 1개월치 무역흑자폭 이내로 줄어
들었다.

이를 계기로 IMF의 졸업문제도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흔히 IMF의 졸업은 세가지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다.

첫째는 IMF의 관리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IMF와의 정책협의가 필요없게 되는 시기다.

둘째는 IMF로부터 받은 지원자금을 모두 상환하는 일이다.

셋째는 IMF 체제를 겪게된 원인을 모두 치유하는 것을 뜻한다.

한 나라의 위기상황을 유동성 위기와 시스템 위기로 크게 구분한다면 첫번째
기준에 의한 졸업은 유동성 위기가 끝났다는 의미다.

나머지 두 기준은 시스템 위기까지 끝나야 졸업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중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첫번째 기준에 의한 졸업논의다.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볼 때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들은 IMF와의 정책협의
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외화유동성 위기가 사라지고 외채를 순조롭게
상환해야 한다.

특히 외화유동성이 통화가치를 방어할 수 있는 수준(적정외환보유고)을
상회해야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적정외환보유고 규모를 놓고 논란이 많다.

IMF 체제의 고통을 무엇인가를 뼈저리게 느낀 국민들은 대체로 "외환보유고
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적정외환보유고를 1천억달러로 가져가야 한다(국제금융센터 어윤대 소장)
는 견해도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외화가득이 힘든 반면 외화다소비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국가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많은 외화를 외환보유고로 쌓아둔다는 것은 경제효율
측면에서 그렇게 바람직스러운 일은 못된다.

8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단기외채는 총외채의 25.4%인 3백62억달러다.

여기에 해외현지금융중 외국금융기관으로부터의 단기차입분, 1년내 만기
도래 장기외채, 국내에 유입된 포트폴리오 자금을 감안할 때 약 7백억달러
정도의 외화를 확보하면 원화 가치를 방어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9월말 현재 우리나라는 가용외환보유고가 6백5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다른 금융위기국에 비해 외채상환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아시아 위기국의 처방에 대해 비난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IMF의 입장에서도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한국을 IMF 처방의 모범국으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이런 요인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IMF와의 정책협의가 필요
없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IMF에 의한 경제신탁통치 시대가 끝나게 되는 것이다.

만약 내년 4월에 예정된 총선을 겨냥해 현 정부가 비경제적 노림수를
꾀한다면 내년초부터 IMF와의 정책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IMF의 지원을 받았던 영국과 멕시코의 사례를 보면 구제금융을
신청한지 각각 1년과 1년반이 지났을 때 IMF에 의한 공식적인 졸업선언이
있었다.

문제는 IMF 체제의 졸업이 우리나라의 위기상황이 완전히 끝난 것을 의미
하는 것은 아니다.

IMF 졸업 이후 불과 1년만에 멕시코가 국제투기자본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위기상황이 발생한 것이 좋은 사례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IMF 졸업은 현재 광범위한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는
개혁과 구조조정이 완료돼서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시스템 리스크까지 끝나야
가능하다.

물론 현재로서는 그 시기를 점치기는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 달려 있기 때문이다.

< 한상춘 전문위원 sc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