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0년을 주기로 역사의 변곡점을 지났다. 10년주기에 해당하는 올해
중국은 또한번 국가적인 사건에 직면할 것이다"

홍콩과 대만 학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 변혁 10년 주기설"이다.

지난 1949년 중국 건국 이후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던 대사건이 10년
단위로 일어났다는 논리다.

59년에는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국가경제가 파탄, 마오쩌둥(모택동) 주석이
권좌에서 밀려났다.

문화대혁명이 최고조에 달해 덩샤오핑(등소평) 등 개혁파가 베이징에서
쫓겨난 건 69년이다.

복권한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천명한 것은 78년 말.

10년후인 89년 텐안먼(천안문)에서는 유혈참사(텐안먼사태)가 벌어졌다.

모두 10년동안 축적된 모순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텐안먼사태 후 10년이 지난 올해 과연 10년주기설을 충족시킬 만한 사건이
일어날 것인가.

주변 여건을 볼 때 가능성이 낮지 않다.

사회전반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이 지난 92년 선전에 나타나 보다 과감한 개방을 지시한 후 중국
경제는 10%를 웃도는 초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부작용도 컸다.

행정 기업 개혁으로 수천만명의 실업자가 거리로 내쫓겼다.

개혁정책에 따른 복지축소로 소비가 위축됐다.

기업들은 판로가 막힌데다 정부의 위안화 고평가정책으로 허리가 휠 지경
이다.

졸부 등장에 따른 일반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 관료들의 부패 등이 사회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문제는 어떤 형태의 사건이 발생하느냐에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 사회 갈등을 들어 국가적 위기를 점치기도 한다.

그러나 10년전 텐안먼사태와 같은 충격적인 일이 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인들은 아직 참고 있고 정치체제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으로서는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 가장 유력한 "10년주기 변혁"
이 될지도 모른다는게 기자의 생각이다.

WTO가입은 미진한 개혁작업에 외부충격 요법이 될 수 있다.

국제수준에 맞는 투자시장 개방으로 외자를 끌어들여 실업 및 디플레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사태"없이도 모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경제문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주룽지(주용기) 총리가 WTO가입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중국과 미국은 지금 막바지 WTO협상에 나섰다.

중국이 올해 WTO에 가입,순탄하게 10년고비를 넘기기를 기대한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