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부처의 뒷주머니 역할을 하고 있는 각종 기금의 씀씀이를 대폭 줄일 수는
없는가.

각종기금의 방만한 운영과 낭비사례등이 자주 도마위에 오르지만 개선은
커녕 오히려 매년 비대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내년도 공공기금 운용계획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해보다
10.7%나 늘어난 1백15조6천억원으로 확정됐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92조9천억원과 비교해 보면 규모로는 23%가 많고,
증가율도 두배가 넘는다.

기금운용이 정부예산의 보완적 기능을 하는 예외적인 제도임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형국이다.

물론 내년의 경우 올해의 막대한 재정적자 등으로 국채발행이 늘어 그에
따른 상환소요 및 이자지급 증가로 국채관리기금이 대폭 늘어나 실제 예년의
기금운용규모 기준으로 따지면 0.5%증가에 그친 것이라는 기획예산처의 설명
은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 그 정도 노력으로 기금에 대한 국민불신을 줄일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금의 방만한 운용이 초래한 병폐는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왔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이 필요치않을 것이다.

특정사업에 정부예산과 중복 지원함으로써 낭비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이고,
본래목적이 아닌 위락시설 운영, 부동산투자등 수익성이 낮은 주변사업에
투자함으로써 막대한 손실을 입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인건비와 행정경비등을 과다지출함으로써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예는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그런데도 내년 운용규모를 대폭 늘린다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기금은 특정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따라서 운용의 재량권이 각부처에 많이 주어질수 밖에 없는 반면, 관리허술
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연간 운용계획(예산편성)은 국회심의를 거치지 않을 뿐만아니라 집행도
대부분 주무장관 책임하에 이뤄지도록 돼있으니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그렇다고 누적되는 적자를 국민세금으로 메꿀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해
볼때 방치할수도 없는 것이 기금관리제도다.

정부는 지난 6월말 그같은 취지에서 종래 75개인 기금을 55개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각종 기금의 사업내용을 보면 대부분 일반회계나 특별회계 등 예산사업으로
대체하더라도 차질없이 목적달성이 가능한 것들이 많다.

대폭적인 통폐합이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부득이 기금운용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사후관리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국민
세금의 낭비를 철저히 차단하는 장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