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 LG상사 대표이사 shlee@lgi.lg.co.kr >

많은 기업들이 토요 격주 휴무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회사도 95년부터 토요 격주 휴무제를 시행해 왔다.

그러다 IMF를 맞아 98년에 잠정적으로 토요 격주 휴무제를 보류하고 월차를
융통성있게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와 이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99년들어 경영이 거의 IMF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직원들이 토요 격주
휴무제를 부활하자는 건의를 하였으나 고민 끝에 이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도로서의 토요 격주 휴무제는 월차의 변형된 형태이며 회사 업무 특성상
전직원의 일괄적 휴무보다는 각자 업무와 팀 형편에 따라 개인들에게 보장된
월차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이 결정을 흡족해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업무와 상관없이 상사에 대한 눈치, 또는 여러 환경 요인들 때문에 월차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 회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로서도 그 사정은 능히 짐작이 가지만
권리의 행사는 누가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수동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시혜 차원에서 누리는 것보다 능동적으로
행사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다.

수 차례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견해를 교환하는 과정 끝에 결국
내 결정사항이 받아들여졌고 그에 따라 시행된 자율적인 토요 격주 휴무가
초기에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듯 하더니 7개월 남짓 지나간 이제는 직원들
사이에 제도가 아니라 생활로서 완전히 정착된 듯해서 일종의 뿌듯함조차
느끼기도 한다.

직장이든 단체든 지역사회이든간에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이해와 집단의 이해가 일치되기를 희망한다.

나도 내가 경영하는 회사가 모두에게 만족스럽지는 않을지라도 대다수에게는
만족스러운 조직이 되기를 원하지만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집단과 개인간의 이해의 일치, 집단속의 개인의 권리행사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각자가 수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나의 역할은 직원들이 스스로 그러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제공하는 것에 한정된다.

그러므로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경구를 명심하며 생활해 나가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