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만 등지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인명과 재산피해가 유달리 컸던
해라서 그런지 금년은 매스컴에서 "강진"과 "진도"라는 어휘를 많이 썼다.

강진은 센 지진을, 진도는 지진의 강도를 뜻한다.

전남 강진과 진도의 군민들은 이 말들을 자주 접하면서 기분이 꽤 상했던
모양이다.

끔직한 피해현장과 함께 자신들의 한글 고향이름이 자주 들먹여진 때문이다.

그래서 강진은 "강한 지진", 진도는 "지진도수" 식으로 풀어서 사용해달라고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언론기관에 주문했다.

고향사랑이 느껴진다.

각가지 이름의 향토축제가 곳곳에서 열린다.

금년 한해에 잡혀있는 지방축제만도 "서울 대학로 문화축제" "부산
자갈치축제" "광주 김치대축제" "강화 고인돌축제" "제천 의병제"
"함평 나비축제" "청송 사과축제" "성산 일출제" 등 전국적으로 1백60개가
넘는다.

"남원춘향제" "백제문화제" 등 개중에는 수십년 전통을 가진 것이 있지만
대부분은 5년이하로 짧다.

"장성 홍길동축제" "원주 한지문화제" 등은 이미 첫 선을 보였고, 이 달
8일부터 3일간 김제평야에서는 "지평선축제"가 처음 열린다.

면에 작은 언덕하나 없이 넓어 "광활면"이란 행정구역을 갖고 있는 이
지역과 축제이름이 걸맞아 멋지다.

새끼꼬기, 쌀가마 들고 달리기, 볏짚나르기, 이엉 엮기, 용마름 역기 등
"농민철인 5종경기"도 벌어진다.

기계화영농에 익숙하고 초가집이 사라진 농촌이지만 이 행사는 농부들의 옛
향수를 달래줄 것같다.

유감스럽게도 한강변에서 열리고 있는 "하남국제환경박람회"는 찾는 이가
적어 울상이라 한다.

국제박람회이면서 외국인은 하루평균 10여명 정도 오고 내국인 관람객도
당초예상의 20%수준이라는 것이다.

박람회 준비에 든 1백60억원의 비용도 아깝지만 이보다 환경부가 하남시만을
너무 믿은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이번 하남국제환경박람회를 지자체의 여느 축제의 하나로 봐선 안되겠지만
차제에 지지체별로 늘어가는 각종 향토축제를 점검하는게 어떨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