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순지의 인기는 역시 변함없군요. 인류의 진화가 물고기에서
비롯됐다는 가설을 토대로 전개되는 "아크리", 거장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패러디한 "털모자" 등. 공포물에서는 "링2"가 단연 인기였구요. "링"의
나카다 히데오감독의 "여배우유령"은 찬반이 엇갈렸는데. 최신 영화상영회에
선 "큐어"와 "사무라이 픽션"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일본영화 만화 드라마를 감상할수 있다는 카페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글이다.

인터넷엔 또 클릭만 하면 일본가수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더불어 그들의
최신 히트가요를 직접 들을수 있는 사이트가 수두룩하다.

일본의 대중문화는 이처럼 우리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지난해 허용된 극영화는 칸 베니스 베를린 아카데미 등 4대 영화제 수상작
뿐이었지만 실제론 곳곳에서 이 범위밖의 영화가 상영됐다.

가수들의 공연 역시 금지됐지만 일본가요는 위성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꾸준히 전파됐다.

결국 1차 개방 11개월만에 대중가요의 라이브공연및 극영화의 사실상 전면
허용을 중심으로 한 일본대중문화 2차 개방이 이뤄졌다.

방송과 애니메이션 음반 부문이 남았지만 국내방송의 만화영화 70%이상이
일본만화고 음반 또한 어떤 경로로든 유통되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문화
개방은 이제 그 가부를 논할 단계는 지난 듯하다.

문화는 공기나 물같아서 누가 아무리 막아도 흐르고 퍼진다.

한일 양국 대중문화의 주된 소비층인 10~20대는 같은 만화영화를 보고 자란
만큼 음악이나 영화 등 문화전반에 대한 정서가 비슷할 확률이 크다.

스피드 자드 드림스컴트루 히스테릭블루같은 일본 가요그룹의 명칭은 HOT
SES 등 우리 댄스그룹과 거의 다르지 않다.

중요한 건 일본문화의 유입을 억지로 막는게 아니라 우리 대중문화의 상품성
을 높이는 일이다.

국내 음반시장 규모는 연간 4천여억원으로 세계 8위다.

일본 대중음악계가 국내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청소년의 정서가 비슷하다는 건 수출에 대한 기대도 크게 한다.

일본문화 개방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우리문화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