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인격을 훼손하는 상사의 지시는 따르지 않아도 되며 부당한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해고는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백윤기 부장판사)는 2일 A사에 근무하다
해고된 박모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등 구제 재심판정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사가 영업소장까지 지낸 박씨를 수많은 내방객들이
이용하는 통로 한쪽 끝에 놓인 책상에 앉아 출입문을 마주보고 있게 하고
자리를 뜰 때마다 사전승인을 받도록 한 것은 박씨의 경력과 종전 직위
보편적인 정서에 비춰볼 때 심한 인격적 모욕감을 안겨주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노무지휘권을 행사해 내린 지시나 명령이라도 근로자에
대한 인격적 배려 의무를 도외시한 채 모욕감을 안겨주는 등 인격을 훼손하는
것이라면 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한 해고도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A씨는 93년 A사에 입사, 영업소장으로 근무하던중 영업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97년 9월 "본사 교육부 통로에 놓인 책상에 앉아 근무하고 자리를
뜰 때에는 사전승인을 받으라"는 지시와 함께 무보직 대기발령을 받자 이에
불응하고 무단결근을 했다가 같은해 10월 해고당했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