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세계 전자상거래 규모는 8백5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유수의 시장조사기관들은 4년안에 1조2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터넷 상거래는 소비자,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발빠른 기업들은 인터넷 상거래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사업을 전개할 경우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처한 사업환경, 보유하고 있는 핵심역량과 가용자원, 그리고 인터넷
상거래 전개전략의 적합성 등에 따라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인터넷 상거래의 확산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최근의 낙관적인 분위기에 가려서 미처 언급되지 않거나 잘못 인식되고
있는 사실들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상거래의 성장잠재력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비용과 인력의 절감효과일 것이다.

인터넷 상거래는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함으로써 비용과 인력을
감축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가 모든 기업들에게 그냥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상거래를 도입할 경우 대상분야에 소요되는 비용과 인력을 감축할
수 있으나 IT분야에는 보다 많은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IT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기업은 부분적인 비용 및 인력절감을
위해 인터넷 상거래를 도입하다가 오히려 막대한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부작용에 당면하게 될 것이다.

또한 비용과 인력절감 효과의 상당부분은 인터넷 상거래의 도입을 위해
해당업무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다.

기존업무의 철저한 효율화 및 표준화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인터넷 상거래의
도입을 통한 획기적인 성과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수년간 PC와 인터넷이 널리 보급됐다.

이 때문인지 IT 인프라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국내 일부기업에서는
인터넷 상거래의 도입을 위해 몇대의 서버를 추가하고 홈 페이지를 개설하면
된다는 안이한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상거래는 약간의 IT 인프라를 보완하고 제품소개, 가격표, 대금결제
시스템 등을 구비한다고 해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상거래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기업의 건물이나 매장, 또는 직원들을
직접 볼 수 없다.

대신 자신의 요구가 웹사이트에서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처리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회사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된다.

또한 고객이 필요해서 찾아갔을 때, 원하는 정보와 유익한 서비스를 곧바로
제공받아야만 구매의욕이 행동으로 옮겨지게 된다.

이는 웹사이트의 콘텐츠와 자사의 전략방향, 핵심역량, 업무 프로세스 등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일이다.

흔히 이야기되는 인터넷 상거래의 또 하나의 장점은 기업과 고객이 중간
유통과정 없이 직접 거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도매상 및 소매상, 또는 대리점을 거칠 필요가 없으므로 고객은 보다 싼
가격에 제품 및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고 기업은 보다 높은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장점은 제품의 브랜드와 가격이 주요 구매 포인트로 작용하는 산업의
경우 적용될 수 있다.

반면 제품의 종류가 복잡하고 구매조달원을 쉽게 찾기 어려울 경우에는
오히려 새로운 중간유통단계가 등장하게 된다.

현재 국내기업들 중에는 기존 대리점들과의 갈등을 우려해 인터넷 상거래의
도입을 주저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인터넷 상거래를 활용하는 방식에 따라 기존의 중간유통상들과
기회와 변화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존도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인터넷 상거래를 이용하면 글로벌 차원의 사업전개가 보다 용이해진다고
한다.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사이버 스페이스에는 공간적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프 라인의 상황에서조차 핵심역량이 부족하여 글로벌 시장에 선뜻
진출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인터넷 상거래를 도입한다고 해서 곧바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상거래를 통해 대상시장이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될수록 브랜드
이미지, 원가, 품질 등의 측면에서 확고한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보다 빨리 도태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내기업들에게는 인터넷 상거래의 활성화가 단순한 기회
요인이기 보다는 차별적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하는 계기로 인식돼야 한다.

기업은 경영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장기적 생존과 안정적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인터넷 상거래의 확산 역시 매우 중요한 경영환경의 변화이다.

적절하게 활용하면 상당한 경영성과를 가져다 줄 것이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가혹한 시련을 안겨줄 것이다.

서장원 <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sjw1117@erinet.lgeri.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