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대우 돌풍이 몰아치고 있다.

모두 쉬쉬할 뿐이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수익증권환매금지조치는 은행으로 치면 인출금지나
마찬가지다.

공황기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워싱턴의 우려는 심각하다.

한국을 담당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그리고 한국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는 국제금융공사(IFC) 사람들은 회의를 열었다하면 대우
얘기다.

이들 워싱턴 사람들은 대우가 발행한 무보증사채가 20조에 이른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고 있다.

250조에 이르는 투신자산의 거의 1/10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들은 대우의 국내빚이 60조이며 외국빚이 20조라는 사실확인조차 어렵다는
부분에도 의아해 한다.

IMF로서도 한국과 태국을 위기탈출의 모범국가로 잔뜩 띄워놓은 뒤끝이라
하루아침에 태도를 180도 바꿔 냉랭하게 굴 수 없는 게 사실이다.

S&P 무디스 등 평가기관이 조용한 것 또한 이상하다는 것이 워싱턴 사람들의
얘기다.

한보나 기아사태 때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상황임에도 즉각 반응하지 않는
것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미국기업들이 대형손실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여유를 주기 위한 배려인지도
모른다는 추측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들이 조용한 이유를 다른 각도에서 분석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

한국과 대우가 지구촌 시장의 신경체계가 다소 둔감해진 득을 보고 있을
뿐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그동안 아시아 러시아 브라질 등의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신경이 무뎌졌다는
설명이다.

태풍 속의 고요라고나 해야할까.

밖의 평가와 시각이 이같이 소름끼치는 상황임에도 국내에선 모든 결정이
총선 이후로 넘겨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적으로 득이 된다면 오불관언이라는 태도가 나라경제를 풍전등화로
밀어 넣고있다는 지적이다.

과거야 어찌됐건 대우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됐다.

이를 우선 해결하지 않고는 그 어떤 장래도 낙관할 수 없다.

대우는 GM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이다.

대우와 GM이 협상을 위한 의향서(MOU)를 교환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상징적인 것이다.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믿을만한 자료가 필수적이다.

대우는 GM이 신뢰하며 달려들 수 있는 회계자료를 만들어 내야 한다.

더욱이 대우의 해외진출건수가 100여건에 이르러 GM이 이를 모두 실사한 후
믿을 만한 숫자를 만들어 놓고 협상테이블에 앉기까지는 상당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시간표와 일정으로는 협상이 성립될 수 없다.

GM으로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는 반면 대우로서는 하루가 급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의미에서 양자의 협상입지는 너무나 불평등하다.

여기에 협상을 위한 "원군 불가피론"이 대두된다.

대우를 인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3세력이 나서지 않는 한 GM은 대우가
가장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궁지에 몰아 넣으며
의사표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난마처럼 얽힌 대우 매듭을 조속히 풀고 한국호를 구출할 수
있으려면 GM이외의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는 것이 원군불가피론자들의
주장이다.

해외에서 나설 백기사가 없는 한 정부 재계가 협심, 국내에서라도 조속히
원군을 만들어 줘야할 것 아니냐는 논리다.

대우가 GM에 팔린다고 하더라도 정작 문제의 발단이 된 삼성자동차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우가 처리돼야 삼성차 처리도 가닥을 잡을 수있다.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처럼 당초 빅딜 원안을 180도 바꿔 삼성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게 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느냐고 정덕구 산자부
장관에게 물었다.

그는 삼성이 이미 자동차에서 손을 떼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어렵다고
대답했다.

혹시 삼성자동차를 대우에 넘겨주라고 했던 정부가 정반대 형태의 빅딜을
하라고 강요함으로서 일어날 지 모르는 정치적 부담을 느끼는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현대가 끼어드는 것에 대해서도 소비자보호를 위해 자동차산업이 2원화
되어야 한다는 산업정책적 틀에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정장관은 대답하지 않았다.

< 워싱턴 특파원 양봉진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