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와 CNN등 주요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하며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던 온두라스 출신 소년의 아빠찾기 이야기가 거짓말로 드러났다.

지난 27일 한 택시운전사가 경찰에 인계한 13세 소년 에드윈 다니엘
사빌론은 허리케인에 가족을 잃고 하나뿐인 혈육인 아버지를 찾아
온두라스에서 뉴욕까지 5천여km를 혼자 걸어온 것으로 보도돼 화제가 됐다.

뉴스를 그대로 믿은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불법체류자라 해도
이민 당국에 선처를 호소할 터이니 아들을 찾아가라"며 소년의 아버지
찾아주기에 나섰다.

경찰은 소년의 아버지가 있을만한 지역을 수색하기도 했다.

에드윈의 후원자가 되겠다고 나선 시민들도 많았다.

그러나 AP통신은 30일 에드윈이 허리케인으로 인한 산사태로 사망했다고
말한 그의 할머니 폴라 헤르난데스(65)를 만났고 그녀로부터 그의 얘기가
거짓임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경찰도 에드윈에게 직접 진위여부를 물어 꾸며낸 사실임을 확인했다.

헤르난데스는 에드윈이 라과디아 공항 입구에서 흰색 티셔츠에 검은
모자를 쓰고 만나기로 했다고 주장한 그의 아버지가 지난해 10월
마이애미에서 온두라스로 돌아온 뒤 에이즈로 사망했으며 그의 어머니는
온두라스 북부에 살고 있다고 AP통신에 털어놓았다.

에드윈은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작년말 허리케인에 가족과 집을 잃은
뒤 친구집에 얹혀살다 뉴욕에 있는 아버지와 연락이 닿았으며 아버지가
"6월25일에서 27일사이에 뉴욕 라과디아 공항 입구에서 만나자"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보낸 2백달러를 들고 길을 떠났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거나 걸어서 온두라스와 멕시코, 미국 국경을
넘어 텍사스와 플로리다를 거쳐 천신만고 끝에 뉴욕에 도착했으며 브롱스
인근에서 서성이다 도미니카 출신 택시운전사의 도움으로 약속장소에
나갔지만 아버지를 만나지 못해 결국 이 운전사와 함께 뉴욕경찰을
찾게됐다"고 얘기를 지어냈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