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경제개혁을 놓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경제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강도높은 기업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게
중국 정부의 인식이다.

그러나 실업증가 내수위축 등 경제 여건 때문에 이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산업 구조조정에 실패,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을거라는
경보음도 흘러나오고 있다.

27일 상하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중국정부의 경제자문역을 맡고 있는
샤오 겅 홍콩대학 교수는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중국의 산업경쟁력이
약화됐다"고 경고했다.

인근 아시아국가들은 위기를 맞아 과감한 경제개혁을 추진한데 반해 중국은
그렇지 못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홍콩의 경제전문가인 밥 브로드푸트는 "중국이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일시적
경기호조를 이유로 개혁을 늦춰 산업경쟁력 저하를 자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쩌민 주석이 인민일보(28일자)를 통해 기업개혁을 역설한 것도 경제개혁
부진을 반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경제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실업이다.

중국 도시지역 실업률은 현재 12%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은행은 중국 국유기업 근로자(약 1천4백만명 추산)중 35%는 잉여노동
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실업증가에 따른 사회불안을 우려, 과잉인력을 끌어안아야할 처지다.

내수 위축도 문제다.

지난 1~5월중 소비자물가는 3.2%떨어졌다.

정부가 돈을 풀어도 소비는 꿈쩍하지 않는다.

지난 4월말 현재 가계 저축액은 5조8천4백억위안(약 7천50억달러)으로
전년동기대비 19.2%늘었다.

풀린돈이 다시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수출은 지난 5월 회복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수요가 없으니 기업생산활동이 활발할 리 없다.

철강 가전 섬유 등 중국의 주요 산업은 과잉설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유기업 부실은 전체 은행 대출의 30~40%로 추산되는 부실채권을 더욱
부풀려 금융산업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경제가 저물가->기업생산성 악화->실업증가->소비위축->물가하락의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중국은 이같은 상황에 직면,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개혁에서 경기부양
쪽으로 옮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최근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에 국유기업 매각을 중단하라
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또 소비확대를 위해 막대한 규모의 채권을 발행, 이를 실업자 및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살포"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9%선이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내채무 잔고액은 올해 20%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중국은 또 기관투자가를 동원, 의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부양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은행 중국담당관인 황유곤은 "중국이 기업 구조조정을 늦춘다면 2년전
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했던 경제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며 "중국 위기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