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헬샴 <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 >

한국인의 트레이드 마크는 근면이다.

일을 참 열심히 한다.

립서비스(입에 발린 말)가 아니다.

한국이 빠른 시일내에 산업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아닌 근면이다.

나같은 외국인이 보면 놀랄 정도로 일에 몰두한다.

가정보다 일이 중요시된다.

지금도 노동시간으로 따져보면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열심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왔을 때 한국의 보통사람들이 보여준 일에 대한
열망은 감동적이다.

한국기업의 신화적인 사례들을 보면 정말 일벌레들이 살아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나는 가족과 시간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고 말하는 한국의 직장인을 본적이
없다.

회사를 위해 그렇게 혼신의 힘을 쏟는 것이 한국인의 미덕이다.

우리회사 직원들의 근무태도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같은 한국인의 노동관에도 변화가 오고 있는 것같다.

젊은 세대는 가급적 정해진 시간에 충실하고 여가를 많이 가지려고 한다.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이들 젊은 세대가 전통적인 한국인의 노동관을 바꾸어 가고 있다.

나는 이런 변화가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본다.

사실 한국인들은 일하는 시간은 많았지만 노동강도는 세지 않았다.

요즘은 노동강도가 강해지고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반증이다.

개개인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다보면 노동의 질은
좋아진다.

그래서 나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연봉제에 대해 관심이 크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입사하면서 월급도 똑같이 받고 승진도 함께하는 방식에
익숙해 있다.

이 제도의 장점도 있다.

그러나 기업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그에 따라 구조조정도 해야하는 살벌한
경쟁에서는 연봉제가 적합할 수도 있다.

연봉제도 한국인의 노동관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외국회사들이 들어와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인들의 노동관도 보편적인 기준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일과 휴식을 뚜렷이 구분하는 근무태도,일에 대한 책임감등이 그런
것일게다.

그렇게 되면 한국인들의 원초적인 근면성과 합쳐져 무서운 폭발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