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뇌물 의혹사건을 계기로 베일에 쌓였던 일부 고위 권력층및 부유층 인사
들의 쇼핑행태가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화제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고가의류 매장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거물급 고객들은 큰 손님임에
분명하지만 "늘 반갑지는 않다"는게 솔직한 고백이다.

옷을 갖고 간후 대금을 내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고압적 자세로 판매
사원들 사이에 "블랙 리스트"에 오른 인물도 적지 않다.

매장 관계자들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VIP고객들의 비신사적 소비행태
몇가지를 다음과 같이 털어놓고 있다.

<>옷값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건망증형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회의원 P씨.

이탈리아 신사복 브랜드 매장을 찾은 P씨의 비서는 "의원님께서 이 브랜드
옷을 좋아하신다"며 지방 연설때 입을 2백만원 상당의 신사복 수트를 골라
갔다.

믿고 물건을 먼저 건내준 이 업체는 몇달을 기다려도 옷값 소식이 없자
비서관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언제 샀는지 기억이 희미한데 꼭 받아야 하느냐"는
대답뿐이었다고.

이 업체는 옷값을 포기했다.

<>누구와 어떤 관계라는 것부터 드러내는 신분과시형 =한 켤레에 30~40만원
을 호가하는 한 수입 구두 매장에는 부유층으로 보이는 부인이 와 대뜸 사장
부터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나 아무개 부인인데"라며 인사를 건넨후 은근히 공짜 선물을 기다리는 듯
눈치를 준다는 것이 매장관계자들의 지적.

이 경우는 대개 보이지 않는 압력을 의식해 구두를 알아서 포장해 준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것 저것 가리지 않는 펑펑족형 =유력 재계인사들의 2세들에서 흔한
스타일이다.

이들은 물건을 일일이 고르기보다 "여기에서 저기 끝까지 몽땅 주고 그중
빨간색이랑 노란색 가방만 빼라"는 식의 싹쓸이 쇼핑을 한다.

S그룹 자제등 쇼핑광으로 소문난 인물이 매장을 찾는 날이면 한달 매출을
단 한번에 오를 때도 있다.

<>검소한 척 하는 내숭형 =유명인사들 중에는 물건을 산 후 특이한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브랜드의 쇼핑백에 넣지 말고 평범한 가방에 싸달라"는 것도 그중
하나다.

특히 언론을 통해 검소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온 전국회의원 L씨등이 대표적
이라고.

업체들은 이런 손님을 위해 수수한 쇼핑백을 따로 매장에 비치한다.

이밖에도 "이 바닥에서 장사하고 싶으면 잘 보여라"는 협박형(?)손님도
흔하다는게 매장 직원들의 실토다.

또 모 국회의원 부인만 왔다 가면 물건이 없어진다는 소문이 돌 만큼 상류층
단골의 패션가에는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 못지 않게 개운치 않은 구석도
많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