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마곡초등학교에 근무하는 홍성덕(58) 교사는 "가계부 선생님"으로
통한다.

40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가계부를 쓰고 있다.

홍 선생의 가계부 내력은 지난 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를 졸업한 뒤 막노동을 해 처음 받은 돈이 그렇게도 소중할 수 없었다.

"동전 한잎까지 수첩에 꼼꼼히 메모했습니다. 가계부의 시초였죠. 60년 3월
23일이었습니다"

40년이 흘렀지만 날짜까지 잊지 않았다.

이렇게 만든 "가계경제기록부"가 지금은 15권.

현금 출납부가 2권, 가계부가 13권이다.

"처음엔 집사람이 딴 살림을 차렸느냐고 따져 곤혹스럽기도 했습니다.
가족들도 자유롭게 적을 수 있도록 "가계 보조부"란 메모장을 만들었습니다"

일별로, 월별로, 분기별로, 반기별로 결산에 결산을 거듭했다.

결산 자료를 바탕으로 "1인당 가족소득" "가정경제성장률" "항목별 지출률"
까지 냈다.

이를 기초로 "새해 예산"도 수립했다.

이런 "지독함" 때문이었는지 85년 5월 저축추진중앙위원회가 주최한 전국
가계부기록 체험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최우수상은 남자로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위원회가 지금은 없어졌기 때문이다.

가계부를 쓰다보니 절약생활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됐다.

생필품에 대해 "목록표"를 만들어 사용 연한을 정했다.

가방은 10년, 슬리퍼는 5년, 구두는 3년의 기한을 지켰다.

"하도 많이 꿰맨 운동화가 볼썽사나왔던지 청소 당번 아이들이 내다 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쓰레기장에서 찾아다가 3년을 더 신었죠"

"타고난 절약정신 때문에 IMF 경제위기라는 것을 느껴보지 못했다"는
홍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너무 씀씀이가 해프다"고 아쉬워했다.

< 이건호 기자 lee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