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위치한 법무법인 "두우"에 몸담고 있는 최정환(38)
변호사.

최 변호사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다.

작은 사진액자다.

이 액자에는 최 변호사와 함께 미국의 인기가수 마이클 잭슨의 모습이
나란히 담겨 있다.

변호사 사무실에 걸려 있는 액자치고는 다소 이채롭다.

그렇다면 최 변호사가 마이클 잭슨과 무슨 친분이 있는 것일까?.

이 의문은 그의 직함을 알고 나면 저절로 풀린다.

그는 국내의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다.

영화 음반 TV 공연 출판 등의 분야에서 각종 계약을 체결해 주는 것은 물론
법률적인 자문까지 담당하는 것이 그의 주요 업무다.

이 사진도 마이클 잭슨이 한국에서의 북한 어린이돕기 자선공연을 열기
위한 계약을 최초로 최 변호사가 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찍은 것이다.

그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뛰어든 것은 지난 89년.

국내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거의 없던 시절
이었다.

"그 당시 미국의 압력으로 국내의 영화 음반시장이 아무런 준비없이 속속
개방되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우리의 영화 음반사들은 주먹구구식 계약
관행이 성행하고 있던 때라 문제가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부당한 계약으로 고통받고 착취당하는 국내의 연예인들이
부지기수였단다.

이런 연예인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그를 이 분야로 이끌었다.

이렇게 해서 국내 최초의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가 탄생했다.

처음엔 주변에서 "변호사가 하필 "딴따라" 길로 나서느냐"며 하나같이
만류했단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연예계 거래의 공정한 틀과 관행을 확립하고 말겠다"는
그의 의지는 변함이 없었다.

이 분야에서 10여년의 연륜이 쌓이면서 지금은 그를 "연예계의 법률적
대부"로 부르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다.

그가 작성한 표준계약서가 연예계에서는 계약의 교과서격인 표준 서식으로
통용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영화 음악 방송 패션계 등에서 내로라하는 스타와 주요 회사들은
대부분 그의 고객이 됐다.

영화계에서는 인기 배우인 최진실 박중훈 이정재 고소영 최지우 황신혜
명세빈 씨를 비롯 강우석 강제규 장선우 감독 등이 그의 고객이다.

또 신씨네 태원 엔터테인먼트 동양미디어 동아수출공사 우림영화사 등도
그의 법률자문을 받는 회사들이다.

음악계 고객으론 인기 가수인 유승준 김건모 박진영 신승훈 이상은 박지윤
조관우 디바 등이 있다.

또 서울음반 EMI 폴리그램 서울음반 베스트미디어 크림레코드 일본
L&T음반사 등 국내외 음반사들도 그의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박은영 임백천 이경규 홍리나 이소라 이의정 등을 비롯
MBC KBS 영상사업단 등도 그의 법률자문을 받고 있다.

이밖에 패션계에서는 진태옥 지춘희 한국메이크업아티스트협회 한국패션사진
작가협회 등이, 스포츠계에서는 한국배구협회와 농구선수 강동희씨 등이
그의 법률 자문을 받은 지 오래다.

쟁쟁한 연예계의 스타들이 대부분 고객이다보니 그는 연예계의 돌아가는
속내막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업무상 하루 평균 4~5명의 인기 스타와 만나거나 전화 상담을 한다.

또 한달에 보통 4건 가량씩 연예인들의 각종 소송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분야에 뛰어든 후 한번도 후회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특히 일을 통해
얻는 보람이 남다른 분야여서 후배들에게도 적극 진출할 것을 권하고 있어요"

계약서 작성 등 법률적인 자문을 해준 무명의 신인들이 어느날 대스타로
떠오를 때 가장 일하는 보람을 느낀단다.

신인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크게 자랄수 있는 토양을 가꾸는데 자신도
일조했다는 뿌뜻함에서다.

박진영 김건모 유승준씨 등이 이런 케이스다.

사실 최 변호사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벌어들이는 수임료가 신통치 않다.

국내의 연예산업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바쁜 와중에도 국제거래나 해외투자, 국내 M&A 분야의 변호업무도 병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에서는 유능한 법대 학생중에서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컨대 마이클 잭슨의 일만 전담하는 변호사만 3~4명이나
있을 정도입니다"

최 변호사는 "대중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공정한 계약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류성 기자 sta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