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로 대부분 마감된 12월 결산법인 정기주주총회는 소액주주운동이
본격화한 가운데 열린 첫 주총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참여연대가 집중투표제 관철과 내부거래문제를 쟁점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열렸던 지난 토요일의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4개 대기업그룹 주력
기업 주총은 특히 그러하다.

삼성전자는 거의 9시간이나 걸리는 마라톤 주총이었다. SK텔레콤 대우
주총도 3시간을 훨씬 넘겼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과거의 주총관습에 익은
회사관계자들중에는 어쩌면 불만을 갖는 이들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앞으로 갈수록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은 분명하다. 이는
시대적 요청인 기업경영의 투명성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고,
바로 그런 점에서 마라톤 주총도 주주총회가 본래 있어야할 제 자리를 찾아
가는 한 과정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번 주총의 최대쟁점은 집중투표제배제 조항을 삽입하는 정관개정이었다.
참여연대가 강력히 반대한 이같은 정관개정안은 대부분 상장사에서 거의
하나같이 90% 안팎의 절대적인 찬성으로 채택됐다. 우리는 한마디로 잘된
일이라고 본다.

집중투표제는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사외이사를 소액주주들이 선임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제도다.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됐지만 사실상 대주주가 전적인
선임권을 행사하는 여건에서 그 독립성이 유지될 수 없으므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상법개정시 이 제도를 도입한 취지다.

그러나 기업현실을 감안하면 집중투표제를 통한 소액주주대표의 이사선임은
아직 때이른 감이 짙다. 우리 기업문화에서는 내화가 긴요하고 이사회의
동질성과 안정감이 중요하다고 보면 그러하다. 이사회가 여당도 있고 야당도
있어야할 국회는 아니라고 보면, 사실상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약하는 집중
투표제를 통해 형식요건적인 "소액주주대표"를 꼭 이사로 선임해야할
당위성은 없다.

국회에서도 과반수 지지만 확보하면 모든 사안에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의 논리고 또 현실인데, 유독 기업이사선임에서만 절대
다수의 주주권을 갖더라도 이사전원을 선임할 수 없다는 것은 꼭 논리적
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이 문제는 제도이전에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이해와
대화의 폭이 넓어지는 기업문화 정착에 발맞춰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하는 것이 옳다.

바로 그런 등등의 현안과제와 관련, 우리는 김재철 무협회장을 위원장으로
재경부가 구성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위원회에도 관심을 갖는다.

오는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서 채택할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도 글자 그대로 구속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이 될것이 확실하다는
점,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지나친 타율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
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